[美 공장 한국인 300여명 구금] 현대차-LG 공장 300여명 연행 현장 장갑차로 막고 “美시민이냐, 비자냐”… ‘출발허가’ 판정 직원만 공장 밖으로 다른 사람 없나 車트렁크까지 확인… 정보 샌듯 라틴계 상당수 출근 안해
연못으로 도망치자 쫓아가 체포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4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인근 연못에서 불법 체류 혐의를 받는 직원을 체포하는 모습.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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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만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현장 직원들은 이틀 전 사태에 대한 충격, 당혹, 안타까움, 분노, 회한 등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기업의 직접 투자액만 총 147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해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 ‘미국에 대한 한국 기업 투자의 상징’ 등 수식어가 붙었던 이곳에서 수백 명의 동료가 미 당국에 의해 한순간에 ‘범죄자’가 되어 끌려간 것이 실감 나지 않는 듯했다.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4일 오전 당시 “방진복 차림으로 설비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요원들이 나타났다”며 “곳곳에서 끌려 나온 한국인 직원 수백 명으로 공장 복도가 가득 찼다”고 전했다.
● ESTA 소지자 위주로 집중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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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과정에서 학생(F1) 비자로 체류해온 직원 또한 발견됐다. F1 비자라는 대답을 들은 한 요원은 “*uck”이라며 쌍욕을 내뱉었다고 한다. 이날 구금소로 끌려간 직원 중에는 초기 임신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해당 공장에 유독 ESTA 소지자가 많았던 이유에 대해 “제대로 된 비자로 오려고 아무리 준비를 해도 좀처럼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며 “E2(주재원용) 비자를 받기 위해 3번 신청했지만 모두 떨어진 동료도 있다”고 했다. 직원들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고 속히 공장을 짓고 운영해야 하는데 주요 설비를 설치할 만한 숙련된 엔지니어가 없었다고도 했다. 그렇다 보니 ESTA로 한국에서 숙련된 설치 엔지니어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미국에 수십조 원의 투자를 했으면 공장 완공 때까지만이라도 필수 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 약속을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 라틴계 청소 직원들은 출근 안 해
美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영상 (출처=ICE 홈페이지)
‘출발 허가’ 서류를 받았어도 안심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공장과 바깥 길을 연결하는 두 개 출구가 모두 장갑차와 경찰차로 겹겹이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한 협력사 직원은 “차를 몰고 나올 때 안에 태운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겠다며 트렁크까지 열게 하더라”며 “정말 전쟁터 같은 분위기였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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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