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0월 집권 후 집권 자민당이 주요 선거에서 연이어 패한 후 사퇴 여론이 높아지자 11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도쿄=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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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취임 11개월 만인 7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힌 건 올 7월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 후 집권 자민당 안팎에서 제기된 책임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수세에 몰린 이시바 총리가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를 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돌자 여야를 막론하고 ‘이시바 총리가 총리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의회를 해산하려 한다’는 비판이 고조됐다.
당초 8일 자민당은 총리를 겸하는 당 총재 선거를 조기 실시하는 방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7일 일본 언론들은 이 투표가 실시됐다면 찬성 여론이 우세해 이시바 총리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점쳤다.
요미우리신문은 의원 등을 상대로 한 자체 조사 결과, ‘조기 선거 실시를 찬성한다’는 의원과 지방자치단체 지부 대표자가 161명, 반대 50명, 무응답 131명이라고 전했다.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후지TV 조사에서도 찬성이 151명, 반대 56명, 무응답 135명으로 집계됐다. 도쿄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런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퇴진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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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총리는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배 80주년을 맞은 지난달 광복절 당시 ‘종전 80주년 총리 담화’를 내고 싶다는 의견을 줄곧 피력했다. 이것이 어렵다면 개인 자격으로도 비슷한 메시지를 내겠다는 의욕을 비쳤다. 하지만 이번 사임 표명으로 관련 담화 발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