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시에 사는 신민아 씨(46)는 올 5월 열린 제주울트라마라톤대회 200km에 출전해 26시간 21분 16초에 완주해 남녀부를 통틀어 2위를 차지했다. 남자 1위(24시간 56분 41초)에겐 1시간 넘게 뒤졌지만 남자 2위(26시간 26분 58초)보다도 5분 넘게 빨랐다. 여자 2위(31시간 4분 19초)보다는 근 5시간이나 빨랐다. 그는 달리기 시작 4년 만에 ‘철녀’로 거듭났다.
신민아 씨가 올 4월 열린 제주국제트레일러닝 100km에 출전해 즐겁게 달리고 있다. 3구간으로 3일간 나뉘어 열린 이 대회에서 그는 10시간 35분 37초로 여자부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신민아 씨 제공.
신 씨는 처음엔 달리기보다는 걸었다. 2019년 가을 춘천마라톤대회가 열릴 때도 친구랑 함께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걷고 달렸다. 그는 “그땐 걷기 위해 갔는데 친구의 응원에 힘입어 하프는 걷고, 하프는 달렸다”고 했다.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22년 6월. 그리고 2023년 3월 동아마라톤 겸 서울마라톤에서 ‘싱글(마스터스마라톤에서 3시간 10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말함)’인 3시간 9분 25초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싱글’은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에 근접한 우수한 기록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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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아 씨가 올 5월 열린 거제트레일러닝 66km에 출전해 산을 오르고 있다. 신민아 씨 제공.
그는 “지금 삼척시 한마음스포츠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는 전문적으로 가르치지는 않고, 안전요원 개념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에어로빅체조에 요가, 그리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다져진 몸이라 마라톤 풀코스와 트레일러닝를 달려도 끄떡없었고, 실력도 출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 씨는 달리면서 그 매력에 빠졌다. 매 주말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마라톤 풀코스를 포함해 트레일러닝, 울트라마라톤 등 종목과 거리를 가리지 않고 달렸다. 지금까지 마라톤 풀코스만 55회 완주했다. 지금까지 마라톤 풀코스에서 ‘싱글’도 3차례 했다.
신민아 씨가 올 5월 열린 제주국제울트라마라톤대회 200km를 완주한 뒤 기쁜 표정으로 결승선으로 들어오고 있다. 신민아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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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달리는데 힘들지 않을까?
“이런 것 있죠? 제주도 200km를 완주한 뒤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어요. ‘내가 제주도 한 바퀴를 달려서 돌았다고? 너무 대단한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2015년엔 걸어서 돌았는데…. 너무 환상적이었죠. 솔직히 힘들고 잠이 쏟아질 때도 있죠. 그럼 ‘이렇게 걷고 달리는 게 어디야? 완주한 뒤 응원해 주는 달친(달리기친구)들을 생각하자’며 저 자신을 다독이며 달립니다.”
신민아 씨가 지난해 열린 동아마라톤 겸 서울마라톤에 출전해 질주하고 있다. 그는 이 대회 마라톤 풀코스에서 3시간 9분 25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신민아 씨 제공.
“트레일러닝 대회 출전을 위해 따로 산을 달리는 훈련은 하지 않습니다. 제가 낮에는 스포츠센터에서 일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산에 가기는 쉽지 않아 새벽에 달리는 것으로 훈련을 대신합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마라톤, 트레일러닝,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출전합니다. 장거리 훈련을 주말 대회 출전으로 대신하는 것이죠.”
신 씨는 달리는 사람들 도우미인 ‘페이스메이커’ 자원봉사를 전문으로 하는 광화문마라톤모임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마라톤 대회 풀코스에 출전할 땐 기록을 위해 달리지는 않는다. 풀코스에서 기록 도전은 1년에 한 번 정도만 하고,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 레이스 도움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달리기를 시작한 뒤 ‘강철 체력’이 됐다. 신 씨는 “운동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과거엔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는데 이젠 뭘 해도 지치지 않는다. 심한 운동을 한 뒤 회복도 빠르다”고 했다. 이렇게 달리는 데도 부상이 없다. 주 3회 이상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부위별 근육을 키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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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아 씨가 올 5월 거제트레일러닝 대회를 완주한 뒤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신민아 씨 제공.
“솔직히 처음 대회에 출전할 때는 남편을 비롯해 아이들도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제가 더 건강해지고, 각종 대회에서 상도 받으니 이젠 모두 박수 쳐 주고 있어요. 뭐 아이들도 다 컸고, 저도 인생을 즐겨야죠. 전문 선수는 아니었지만, 취미로 운동하다 자격증을 획득해 일하게 됐죠. 취미가 직업이 됐어요. 건강도 얻고 돈도 벌고…. 너무 행복합니다.”
신 씨는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 그는 “현재 일을 하고 있어 장시간 자리를 비우지 못해 출전하지 못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꼭 UTMB에 출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UTMB는 유럽 알프스산맥 170km를 1주일간 달리는 트레일러닝 대회다. 참가 기준이 까다롭지만, 신 씨의 실력으로 불 때 출전권을 획득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솔직히 전 기록을 위해 달리지는 않습니다. 즐겁게 달리고 있어요. 대회를 준비하고 출전하는 것 그 자체로 즐겁습니다. 열심히 달리다 보니 기록과 성적도 따라 오더라고요. 체력도 좋아지고…, 이렇게 운동을 즐기며 건강하게 사는 삶이 정말 행복합니다.”
신민아 씨가 올 7월 열린 울릉도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해 즐겁게 달리고 있다. 신민아 씨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