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139마리의 개별 뉴런 활동 분석 단일세포 수준에서 뇌 지도 구축 정신질환 등 뇌 기능 연구에 활용
국제 공동연구팀이 쥐 139마리에서 개별 신경세포(뉴런) 활동을 동시에 기록해 뇌 전역 지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총 62만1733개의 뉴런 활동을 단일세포 수준에서 측정했다. 쥐 뇌 부피의 95%를 포괄하는 규모로 개별 뉴런 단위에서 뇌 전역의 의사결정 과정을 동시에 관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신질환 연구와 뇌 기능 이해에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뉴욕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홍콩대 등 전 세계 20여 개 기관이 참여한 국제브레인랩(IBL) 연구팀은 쥐의 뉴런 활동을 단일세포 수준으로 기록해 뇌 전역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도로 작성하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3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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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뇌가 어떻게 신호를 주고받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실시했다. 쥐에게 화면 양쪽에서 번갈아 깜빡이는 빛을 보고 바퀴를 돌려 중앙에 맞추는 과제를 수행시켰다. 빛의 밝기는 다섯 단계로 조절됐다. 아주 어두울 때는 쥐가 추측에 의존해야 했다. 쥐가 정답을 맞히면 먹이 보상을 받고, 틀리면 불쾌한 소음과 짧은 대기 시간의 ‘벌칙’을 받았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네 가지 방식으로 분석해 개별 뉴런 반응, 집단 활동 패턴, 시간에 따른 변화, 선형 모델 등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빛이 깜빡인 뒤 약 34ms(밀리초·1000분의 1초) 만에 시각 신호가 시상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42ms에는 1차 시각피질에서 반응이 가장 강해졌다. 이후 신호는 뒤쪽 시각 피질과 중뇌, 후뇌로 퍼져 나갔다. 정답을 맞혔을 때 나타나는 보상 신호는 거의 모든 뇌 영역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특히 뇌간과 시상에서 강했다. 쥐가 바퀴를 돌린 속도는 201개 뇌 영역 중 163곳에서 해독이 가능했다. 방향 정보도 여러 영역에서 확인됐지만 세기는 약했다.
연구팀은 “뇌의 활동이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뇌 전역에 퍼져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한 부위만 보고 뇌 기능을 설명하기보다 전체 뇌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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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도구와 작성된 지도는 학계에 공개된다. 연구팀은 앞으로 의사결정뿐 아니라 기억, 주의, 학습 등 다양한 인지 기능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여러 연구실이 동일한 방식으로 실험을 반복해 재현성을 높이는 데 나선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