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이 12세기부터 이어온 베트남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폭넓은 교류와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봉화군은 지난달 24일 봉성면 충효당에서 ‘한-베 글로벌 교류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문화고위급 대화를 위해 한국을 찾은 호 안 퐁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비롯한 베트남 대표단과 경북도 등 국내 주요 관계자 800여 명이 참석했다. 호 안 퐁 차관은 “오늘 행사는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정치적 신뢰를 강화하고 다방면에서 협력 증진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서 열린 ‘한-베 글로벌 교류 행사’를 찾은 양국 관계자들이 준공을 앞둔 다문화 커뮤니티센터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경북에서도 두메산골로 분류되는 봉화는 베트남과 직선거리로 3000㎞ 이상 떨어졌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봉화, 베트남 인연의 시작은 12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트남 리 왕조가 몰락하기 시작했고 진 씨가 집권하며 이씨 가문의 후손들은 대부분 멸족당했다. 리 왕조 6대 황제 영종의 아들 이용상(1174~?)은 숙청을 피해 고려로 도망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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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 세워진 베트남 리 태조 동상. 봉화군 제공
봉화군은 이번에 리 왕조 동상을 건립한 것을 시작으로 지역에 K-베트남 밸리를 조성할 예정이다. 12일 준공을 앞둔 다문화 커뮤니티센터는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공간이다. 기와를 얹은 단층 건물로 처마 끝부분이 솟아오른 베트남 양식을 가미한 독특한 외관을 가졌다. 앞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베트남 등 다문화 출신 주민의 모임 장소로 활용할 방침이다. 봉화군은 이 일대 11만8890㎡ 부지에 2033년까지 사업비 약 2000억 원을 투입해 한국-베트남 역사문화 콘텐츠 센터, 다문화 국제학교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12세기 화산 이씨가 터를 잡은 봉화군 창평리는 앞으로 한국 베트남 교류 활성화를 위한 중심적인 역할을 할 거점이 될 것이다”며“앞으로 양국의 우호를 위해 봉화군이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