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 놓인 예금보호한도가 상향 안내문. 이날부터 예금보호한도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랐다. 2025.9.1 뉴스1
예금보호한도가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된 첫날인 1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시중은행 영업점을 찾은 한 여성이 창구에 앉아 질문을 쏟아냈다. 영업점 벽면엔 ‘예금보호, 늘 곁에 있으니까 참 다행이야’라는 문구의 커다란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영업점 입구엔 ‘두 배로 더 든든하게’라는 문구의 입간판이 설치돼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정부가 이날부터 예금보호 한도를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했다. 보호한도 상향은 2001년 이후 24년 만의 일이다. 금융회사나 상호금융조합·금고가 파산해도 예금보험공사 또는 각 상호금융중앙회가 예금자에게 1억 원까지는 돌려준다는 의미다.
광고 로드중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예금보호한도 1억원 시행과 관련해 예금통장 개설을 마친 뒤 발언 하고 있다. 2025.9.1 뉴스1
당초 7월 예금보호한도 상향이 예고된 이후 금융권 일각에서는 2금융권에 자금이 쏠리는 ‘머니무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날 현장은 다소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 같은 배경엔 2금융권이 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일 만큼 매력적인 수준의 금리를 제시할 수 없는 현실이 있다. 최근 2금융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수익성 저하와 연체율 상승으로 운용 여건이 좋지 않아 예금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크게 높지 않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신규 고객 자금을 확보할 여력이 없어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맞춰 고객 유치를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향후 머니무브 가능성…2금융권 건전성이 뇌관”
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 놓인 예금보호한도가 상향 안내문. 이날부터 예금보호한도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랐다. 2025.9.1 뉴스1
광고 로드중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이 몰려든 예금을 운용할 곳을 찾다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올해 부동산 침체와 대출규제로 상반기(1~6월)에 1조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건전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뇌관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1267개 새마을금고의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1조3287억 원이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예금자보호한도 내에서 분산 예치 원칙을 지키되 금융사의 재무 건전성, 상품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보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