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석굴암-불국사’ 최초 등재… 지난달 ‘반구천 암각화’ 이름 올려 ‘등재-관리’ 탄탄한 입지 갖췄지만, 개발 등 얽혀 자연유산 발굴 저해 “韓, 정치화된 세계유산위 대책 시급… 화합 도모하는 역할 선점이 중요”
지난달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우리나라의 17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 중 울산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위원회는 “한반도 선사시대 문화의 정수가 담긴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울산시 제공·ⓒ서헌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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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유산은 모두 17건으로 늘어났다. 내년엔 한국(부산)에서 처음으로 세계유산위원회가 개최되며, 2021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던 ‘한국의 갯벌’의 확대 등재에도 도전한다.
1995년 우리나라는 경북 경주 ‘석굴암과 불국사’를 포함한 3건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시키면서 ‘세계유산 보유국’에 합류했다. 유네스코 제공
● ODA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1990년대 한국은 유네스코 본부에서 재정·기술적 도움을 받고서야 석굴암 등의 등재 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허권 전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사무총장은 “당시 세계유산의 취지와 기준을 정부조차 몰랐다. ‘석굴암과 불국사’는 불국사가 여러 번 중창됐다는 이유로 처음엔 신청서에서 빠졌다”며 “실사 온 해외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부랴부랴 포함시켰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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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먼저 ‘종묘’처럼 단독 등재할 만한 유산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연속유산(지리적으로 떨어졌으나 통일된 성격을 지닌 일괄 유산)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자연유산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 등 2건뿐이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상해 국민대 석좌교수는 “자연유산은 주민 생업과 개발 등 문제가 얽혀 있어 지방자치단체 심사 단계부터 쉽지 않다”며 “등재 이후 유산 보호나 주민 불편 해소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시행령도 자연유산 발굴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 “국가적 협력 중추 역할 해야”
게다가 최근 10여 년간 급속히 ‘정치화’한 세계유산위원회도 난관이 될 수 있다.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치밀한 사전 교섭을 벌이거나 같은 언어·문화권끼리 서로 ‘뒷배’가 돼주는 경우가 잦아졌다. 실제로 올해는 당초 등재 불가·보류 등의 권고를 받았던 유산 15건 가운데 11건이 결국 등재됐다. 예를 들어, 아랍에미리트(UAE)의 ‘파야 고고경관’은 기존에 등재 불가 유산이었으나 ‘오일머니 로비’로 과반의 동의를 얻었다고 한다.
한국은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에 대해 “조선인 강제 동원에 대한 설명이 보완되지 않고 있다”며 별도 안건 상정을 추진했지만 지지를 얻지 못했다. 최재헌 건국대 세계유산학과 교수는 “올해 등재된 ‘식민지 시대 파나마의 길’은 미국이 식민 지배하며 물자를 날랐던 역사가 오히려 미국의 지지를 얻었다”며 “심사 단계부터 다들 팔이 안으로 굽는 와중에 한중일만 계속 역사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전문가 차원에서 국제 네트워크 협력을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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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