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 〈112〉 아비 잃은 손자를 보며
영화 ‘늙은 자전거’에서 아버지는 나무를 깎아 만든 아들의 조각상 앞에서 손자와 함께 아들을 추모한다. 마운틴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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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의 죽음을 다룬 영화 중에 문희융 감독의 ‘늙은 자전거’(2015년)는 죽은 아들이 남긴 손자와의 관계를 중심에 놓고 그 슬픔을 풀어간다. 조선시대 홍양호(洪良浩·1724∼1802)가 세상 떠난 아들을 애도하며 쓴 연작시에서 어린 손자에 대해 읊은 내용을 연상시킨다.
이만희 작가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도 죽은 아들이 남긴 손자가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시와 달리 영화 속 강만은 자신을 실망시키고 집을 나간 아들의 죽음에 짐짓 냉담한 척한다. 하지만 처음 만난 손자 풍도를 어쩔 수 없이 키우게 되면서 자기 자식조차 지키지 못한 아들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으로 아들의 사진을 꺼내 들고 애달파한다. 제삿밥도 못 얻어먹고 객사한 아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 때문에 아들의 생일날 나무를 깎아 만든 아들 조각상을 놓고 손자에게 절을 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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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마지막 손자가 장성하여 제 아비를 닮아갈 때쯤 자신의 마음도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를 자문하는 표현에서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의 슬픔이란 끝내 위안받을 수 없는 일임을 절감한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