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사업설명회 홍보 자료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인 개포우성7차 시공사 선정 경쟁에서는 기본이주비 외에 LTV(담보인정비율) 100%를 넘는 수준의 추가이주비를 ‘무제한’ 제공하겠다는 제안이 나왔다. 설명회에서는 “추가이주비는 LTV·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금융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안내와 함께 이를 주택 매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여졌다.
정비사업 이주비는 본래 공사 기간 동안 조합원이 안정적으로 임시 거처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금이다. 기본이주비는 조합원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직접 대출을 받는 구조로 전세·월세 보증금이나 기존 세입자 보증금 반환 등 이주에 필요한 비용에만 쓰인다. 정부는 지난 6·27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에서는 LTV 50%를 적용하고 최대 6억 원 한도를 설정했으며, 2주택 이상자는 대출을 금지했다. 대출 실행 시에는 ‘주택 구입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작성해야 하고 용도 위반이 적발되면 대출 회수나 금융 제재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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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강남·서초권 재건축 단지처럼 기존 주택 감정가가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경우 기본이주비만으로는 인근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 잦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필요한 만큼 추가이주비를 제공하겠다는 조건이 시공사 제안에 포함되고 이를 조합원 표심을 잡는데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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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이주비’라는 이름 아래 한쪽은 규제를 받고 다른 한쪽은 사실상 무제한 제공이 가능할 수 있어 규제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규제 취지를 살리려면 추가이주비까지 포함한 총 이주비 규모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본이주비는 투기성 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한도를 두지만 추가이주비는 시공사와 조합 간 계약에 따라 운용돼 감독 범위 밖에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거 이전비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이주비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입장도 있다.
현행 제도상 금융당국은 기본이주비의 용도 위반 시 대출 회수, 계약 해지, 제재가 가능하지만 추가이주비는 감독 권한이 없다. 자금 흐름을 시공사 내부와 조합 계약에 의존하는 구조라 대출 자금이 실제 이주가 아닌 자산 매입으로 사용돼도 제재가 쉽지 않다. 특히, 가족 명의나 법인을 통한 우회 매입 등으로 자금이 유입될 경우 사실상 투기성 거래와 구별이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기본이주비와 추가이주비의 규제 차이가 현행 제도의 가장 큰 허점이라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금융 전문가는 “정부가 기본이주비에만 LTV·DSR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절반짜리 대책”이라며 “총 이주비 규모를 통합 관리하거나 추가이주비에도 사용 목적과 한도를 명확히 설정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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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주비 제도의 본래 취지인 ‘이주 지원’과 현장에서 벌어지는 ‘자금 경쟁’ 사이의 괴리를 줄이려면 규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