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명 대상 파면투표 반대 더 많아 라이 “불순물 제거” 독려에도 실패 투표로 여소야대 뒤집기 시도 무산 野 “국민에게 사과-반성해야” 촉구
● 초유의 ‘집단 파면’ 시도 불발
환호하는 대만 야당 26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제1야당인 국민당 소속 의원들과 당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한 뒤 환호하고 있다. 친중 성향 야당 의원들에 대한 파면 투표가 부결되면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타이베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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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민진당은 파면 투표를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려고 했다. 민진당 지지 세력들이 국민당이 대만의 민주주의를 훼손한다고 주장하며 민진당의 지원 아래 파면 투표를 추진했던 것이다. 이들은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등 국민당 인사들이 중국 본토를 방문하며 대만 통일을 주장하는 중국에 동조하고, 국방 예산 삭감과 양안 경제 협력 강화로 대만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강조했다. 라이 총통은 지난달 24일 “반복적인 투표를 통해 불순물을 제거해야 한다”며 파면 투표를 독려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날 국민당은 “대만인들은 싸움이 아니라 일하는 데 집중하는 세력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 라이 총통에게 “진심으로 대만인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라이 총통은 26일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모두가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공산주의에 반대하고 대만을 지키는 국가 방향이 더욱 확립됐다”고 말했다.
● 中 “민진당 위선 드러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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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목적을 위해 파면 투표를 무리하게 강행한 민진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대만인들은 민진당이 정당한 방식이 아닌 정치적 보복 수단으로 민주 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만 롄허보 등 현지 매체들은 대만 정부가 반중 정서를 키우는 데 주력하기보다 치솟는 물가 등 민생 경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7일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사무실은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민진당의 정치적 조작이 대만 주민들의 의지에 완전히 어긋나고,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향후 국민당이 국방예산 삭감 등으로 라이 총통의 정책을 계속 가로막을 경우 중국을 겨냥한 무기 구입을 압박하는 미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최근 중국 견제 차원에서 대만의 군사력 강화와 자국산 무기 판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