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 바르게 훈계 하는 법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비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중학생이 되면 비판에 대한 방어적 반응이 감소하게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 비판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 시기를 넘긴 아이라고 비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는 순응의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지 타인의 비판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중고등학생들도 자신에게 꼭 필요한 비판조차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심지어 어른들도 누군가 자신을 비판한다 싶으면 대뜸 화부터 내는 경우가 많다.
비판을 수용하는 경우, 교사가 계속 지각하는 학생에게 “너 계속 이렇게 지각하다가는 학교에 아예 못 다니게 될 수도 있어”라고 얘기하면 아이는 그 내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한다. ‘아, 지각을 더 했다가는 학교에 못 다니게 될 수도 있겠구나. 앞으로 조심해야겠다’라고 말이다. 그런데,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 ‘에잇, 자기는 뭐 지각 안 하나? 잘난 것도 하나 없는 게 이래라 저래라야’라며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누가 “이런 게 문제야”라고 말하면 ‘아, 그런 문제점이 있겠네. 고쳐봐야겠다’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무조건 기분 나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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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아이를 위한 것이라 해도 비판하는 말은 듣기에 불편할 수 있다. 일단 그런 말을 하기 전 아이와 나 사이에 충분한 신뢰가 쌓여 있는지 점검해 본다. 가능한 한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하지만 신랄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긍정적인 비판이었는데 표현 방법이 너무 신랄하면 아이는 그것을 비난으로 받아들여 자존감까지 무너질 수 있다.
사춘기 아이에게는 먼저 아이를 인정하고 공감하는 말을 충분히 해준 다음, 지적과 훈계는 요점만 간단히 해주는 게 좋다. “너 그렇게 공부 안 하다가 거지처럼 살게 된다”식의 극단적인 말은 오히려 부작용만 낳는다. 아무리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라도 극단적인 말을 들으면 일단 기분이 나빠져서 비판을 비난과 독설로 받아들이기 쉽다. 지금, 이 순간의 잘못만 짧게 말해 주고 끝내야 한다. “지금 너의 그런 행동은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정도가 적당하다. 전지전능한 신처럼 먼 미래의 일까지 모든 것을 다 아는 척 예견하는 건 금물이다.
한 가지 더 주의할 것은 비판할 때는 감정 조절을 잘해야 한다. 비판적인 말에 부정적인 감정 표현이 섞이는 순간 아무리 긍정적인 비판이라도 비난이 돼버린다. 따라서 비판을 하기 전에는 나의 감정 상태를 먼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감정적으로 흥분할 것 같다면 차라리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 낫다.
사춘기 아이들은 대부분 대화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얘기 좀 하자고 하면 금세 우거지상이 돼서 “왜요?”라고 하며 눈을 치켜뜬다. 아이들의 이런 거부 반응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아이들 입장에서 볼 때, 어른들과 하는 대화는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면서 마음을 열고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대화 좀 하자”라고 하고선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쏟아놓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얘기 좀 하자는 것은 곧 야단맞는 것, 훈계 듣는 것이 돼 거부감이 생기는 것이다. 대화를 하자고 했다면 일단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대화다. 비판과 훈계를 하기 전에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마음을 읽고, 공감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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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