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러자유아메바’, 여름철 강-온천 등 따뜻한 민물서 서식
현미경으로 촬영한 뇌먹는 아메바. 인도 WION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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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국에서 부모와 함께 온천에 다녀 온 5세 여아가 ‘뇌 먹는 아메바’로 불리는 파울러자유아메바(Naegleriafowleri)에 감염 돼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이 이달 초 전해진 데 이어, 최근 미국에서는 같은 이유로 치료를 받던 어린이가 사망했다.
복수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프리즈마 헬스 어린이 병원 미들랜드 측은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 돼 치료를 받던 환자가 숨졌다고 22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주 보건당국도 이를 공식 확인했다. 관계자들은 사망자가 7월초 이 지역 한 호수에서 파울러자유아메바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되면 뇌 조직을 파괴하는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PAM)이라는 치명적 질환으로 이어져 목숨을 잃을 위험에 매우 크다. 미국에서는 지난 6월 텍사스에서도 PAM 사망 사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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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러자유아메바는 담수호, 강, 온천 등 따뜻한 민물이나 흙에 서식하는 단세포 생물로, 현미경을 사용해야 볼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한 생물이다. 수영장이나 수돗물 등 소독한 물에 섞여 있을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작다.
호수나 강, 온천에서 수영이나 레저 활동을 할 때 드물게 파울러자유아메바가 코로 들어가 후각신경을 따라 뇌로 이동한다. 비염 치료에 많이 사용하는 코 세척기에 아메바가 섞인 물을 넣어 사용하다 감염될 수도 있다. 물을 마실 경우에는 감염이 위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 간 전파도 안 된다.
미 CDC 제공.
지구 온난화 탓, 점차 북상
전 세계 PAM 감염 사례의 85%는 여름철과 같은 따뜻한 계절에 발생한다. 뇌 먹는 아메바는 섭씨 30~46도 사이의 따뜻한 물에서 잘 번식한다. 기후 변화와 온도 상승이 감염 증가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2023년 5월 발표한 연구는 “기후 변화로 파울러자유아메바가 북쪽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어 기존에 감염 사례가 없었던 지역에서도 PAM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 환경공학 교수인 윤 쉔 (Yun Shen)은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PAM)은 전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의학적 위협”이라며 “기온이 올라갈수록 아메바가 살아남기 쉬워지고, 사람들도 더 자주 물놀이를 하게 되면서 감염 위험이 증가한다”라고 과학 전문 매체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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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률 97% 이상
감염 후 짧게는 2∼3일, 길게는 7∼15일의 잠복기 후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두통, 정신 혼미, 후각 및 상기도 증상이 나타났다가 점차 심한 두통과 발열, 구토와 머리를 앞으로 굽힐 수 없는 경부 경직이 이어지고 혼수상태를 거쳐 사망에 이른다.
앨라배마 대학교 미생물학자 리아 스타흘(Leigha Stahl)은 아메바가 뇌세포를 먹거나 독성 물질을 분비해 세포를 손상시키며, 면역 반응으로 인한 뇌부종 또한 사망 원인이 된다고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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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먹는 아메바 예방법
뇌 먹는 아메바 예방법은 단순하다. 아메바가 섞인 물이 코를 통해 뇌로 유입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CDC는 뇌 먹는 아메바에 대한 안전 대책으로 △담수에 뛰어들거나 다이빙할 때는 코를 잡거나 코 클립을 착용하고, △온천에서는 항상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고, △아메바는 물이 얕은 곳에 서식할 가능성이 더 높으므로 바닥을 파지 말고, △코를 세척할 때는 증류수나 끓인 수돗물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염소로 소독한 수영장이나 바닷물은 뇌 먹는 아메바의 위험이 없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