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대구서 감성 여행] ‘떡볶이의 도시’ 대구 북구 노포부터 유명 프랜차이즈 한 곳에 국내 최초 떡볶이축제-박물관 열어 사격 체험하고 하중도서 꽃 구경도
대구 3공단, 검단산단과 국내 최대 물류단지인 대구종합유통단지가 있는 생산·물류 선도 도시. 대구 기초지자체 가운데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시민들의 삶터이자 일터, 대구 북구다.
재미와는 멀어 보이는 이 도시가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부터 ‘유잼’(有·있다+재미)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MZ세대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메뉴로 사랑받는 떡볶이를 주제로 매년 축제를 열고 있어서다. 북구에는 30년이 넘은 떡볶이 맛집과 세계 최초의 떡볶이 박물관까지 있어 요즘 대구를 찾는 MZ세대들은 북구를 꼭 들러야 할 핫플로 꼽는다. 물론 떡볶이 외에도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고 오감을 자극하는 문화체육시설도 다채롭게 조성돼 있다.
접근성도 아주 좋다. 북구는 경부·중앙·중부내륙·광주대구·대구포항 고속도로와 국도 등이 연결돼 있는 교통의 요충지다. 기대 이상으로 ‘꿀잼’(매우 재미있는 도시)인 도시, 북구를 누벼본다.
광고 로드중
여기가 대한민국 떡볶구(區)
지난해 5월 대구 북구 DGB 대구은행 파크 일원에서 열린 떡볶이 페스티벌에서 다양한 종류의 떡볶이가 판매되고 있다.
북구는 이 같은 역사성에 주목해 세상에 없던 특별한 축제를 만들었다. 바로 떡볶이 페스티벌이다. 2021년 국내 최초로 비대면 떡볶이 페스티벌인 ‘떡잘알’(떡볶이 잘하는 집을 알려보는)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내 떡볶이 가게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맛집을 추천받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전국적인 관심에 힘입어 2022년 처음으로 대면 축제가 열렸고 MZ세대를 중심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방문객이 몰리며 3만 명이 행사장을 찾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떡볶이 페스티벌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3만 명이 찾으면서 치맥 페스티벌과 더불어 대구 대표 축제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방문객의 58%가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것으로 조사돼 지역을 넘어 전국구 축제가 됐음을 입증했다.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축제협회가 주관한 피너클어워드 한국대회와 아시아 대회에서 2023년부터 올해까지 부문별 금상 등 각종 상을 휩쓸며 세계 무대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증명했다.
떡볶이 페스티벌에서는 북구 등 대구 대표 떡볶이뿐만 아니라 부산과 서울, 청주 등 전국 유명 맛집 떡볶이도 맛볼 수 있다. 삼겹살 김밥과 닭강정, 회오리 감자 등 다양한 전국 맛집 요리도 즐길 수 있다. 음식과 곁들일 수 있는 공연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올해 축제는 10월 열릴 예정인데 일정표에 꼭 기록해두길 추천한다.
광고 로드중
대구 북구의 세계 최초 떡볶이 박물관인 신전뮤지엄을 찾은 어린이들이 로봇과 함께 자신만의 떡볶이 밀키트를 만들고 있다.
이노베이션 랩에서는 떡볶이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인 양념 생산 과정을 볼 수 있다. 원재료 검사와 자외선 살균 과정 등 자동화한 최첨단 떡볶이 공정을 엿볼 수 있다. 고춧가루, 후추, 카레 등의 재료를 색모래로 표현해 어린이들이 간접적으로 양념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한 놀이 공간도 있다.
방문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단연 신전 밀이다. 입장권에 포함된 이용권을 제시하면 떡볶이와 오뎅, 김말이, 만두, 통살오징어튀김 등을 맛볼 수 있다. 마이 컵 떡볶이 팩토리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공간이다. 로봇과 함께 나만의 특별한 떡볶이 밀키트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매운맛 달래줄 달콤한 풍경
매콤한 떡볶이 맛을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는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머물며 달콤한 풍경을 맛보는 건 어떨까.
광고 로드중
대구 북구 하중도에 가을철 핑크뮬리가 만개한 모습.
‘꽃섬’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하중도에는 꽃이 많다.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억새가 피어 하중도를 수놓는다. 댑싸리, 물억새, 팜파스그래스 등 계절 초화류도 살펴볼 수 있다. 꽃밭이 축구장 10배 크기인 7만 ㎡ 규모라 한눈에 담기도 어렵다.
운암지 수변공원은 1998년 함지산과 운암지를 자연 친화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생태공원으로 대구 시민들에게는 나들이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인공폭포인 벽천폭포에서 쏟아지는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팔각 정자와 유아숲체험원 등도 마련돼 있다.
명봉산은 북구 읍내동과 칠곡군 지천면의 경계를 이루는 해발고도 402m의 산이다. 먼 옛날 큰일이 있을 때 봉화를 밝힌 산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맨발 산책로가 숲속에 조성돼 있어 숲 체험과 함께 가벼운 운동까지 즐길 수 있다.
연암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구암서원에 오르면 대구 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구암서원은 조선 초기 문신이었던 구계 서침 선생을 기리는 공간이다. 대구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보존이 잘된 서원으로 밤에 이곳을 찾으면 대구의 화려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서원에서는 인성예절교육, 전통문화체험, 인문학 강좌 등도 진행하고 있다.
총 쏘고 캠핑하며 오감 완충
북구에서는 도파민을 끊임없이 샘솟게 해 줄 문화체육시설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대구 사격장을 찾은 방문객이 클레이 사격을 체험하고 있다. 대구 북구 제공
검단동 금호강변에 자리한 금호강 오토캠핑장은 대구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캠핑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샤워실, 세척실, 화장실, 놀이터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이 캠핑장의 최대 장점은 수려한 경관이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금호강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길 수 있다. 규모에 비해 사이트 수가 16면에 불과해 쾌적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인당뮤지엄은 대구보건대 캠퍼스 안에 있는 미술관이다. 2007년 국내 건축계 거장으로 불리는 김종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설계로 지어졌다. 모두 5개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으며 개관 이후 수준급 전시회를 여러 차례 열며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2021년 이배 작가 기획 초대전이 열렸을 때는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알엠(RM)이 찾아와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재 1960∼1970년대 프랑스 미술 실험 운동을 조망하는 ‘쉬포르 쉬르파스’(Supports/Surfaces)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다음 달 13일까지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다.
폭염으로부터 잠시 달아나고 싶다면 대구실내빙상장을 찾는 것도 좋다. 빙상장에서 스케이트를 빌려 탈 수 있으며 내부에는 음료, 과자, 라면 등 간단한 먹거리도 판매한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