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수술 로봇 ‘다빈치5’ 써보니 실제 같은 인체 조직 저항감 구현… 조직에 가해지는 힘 43%까지 줄여 시야 확보 어려운 장기 수술에 유용 AI분석 지원… 의과 교육 활용 기대
왼쪽부터 다빈치5를 사용해 술기 교육을 받는 모습. 전통적인 복강경 수술 방식으로 술기 훈련을 받는 모습.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지난달 30일 찾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인튜이티브서지컬 트레이닝센터에는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볼 법한 새하얀 기기가 눈에 띄었다. 이 기기는 최신 로봇수술 시스템인 ‘다빈치5’. 로봇 팔은 거대한 문어 다리를 연상케 했고 로봇 팔 끝에는 아주 얇은 핀셋과 같은 형태의 집게가 달려 있다. 로봇 팔과 연결된 콘솔에는 가상현실(VR) 게임을 체험할 때나 사용되는 듯한 시각 정보 전달 장치와 커다란 모니터가 자리 잡았다.
다빈치5는 미국 생명공학회사 인튜이티브서지컬이 개발한 5세대 수술용 로봇이다. 2014년 4세대 수술용 로봇인 ‘다빈치 Xi’ 출시 이후 약 9년 만에 선보인 차세대 모델이다. 2023년 3월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으며 같은 해 10월 한국에 도입됐다. 수술 영상을 보여주는 ‘비전 카트’, 실제 환자 몸에 접근해 수술을 수행하는 ‘환자 카트’, 의사가 앉아 로봇 팔을 조종하는 ‘서전 콘솔’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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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5를 사용해 철제 구조물에 끼워져 있는 고무 링을 옮기고 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기기를 체험하기 위해 콘솔 앞에 앉아 몸을 구부려 시각 정보 장치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설명에 따라 페달을 밟으며 높이와 기기의 위치를 조정했다. 로봇 팔은 기기에 앉은 상태에서 양손으로 트리거를 조작해 움직일 수 있었다. 트리거를 당기면 로봇 팔 끝의 집게가 오므라지며 섬세하게 작동됐다. 집게를 이용해 복잡한 철제 구조물에 끼워진 얇은 고무 링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 봤다.
손목을 돌리면 기구가 정밀하게 즉각 반응했다. 미세한 각도 조절도 자유로워 손목과 어깨에 힘 들이지 않고도 섬세한 움직임을 구현했다. 정밀한 조작이 필요한 수술에 더욱 최적화되는 셈이다.
앞서 체험해 본 기존 복강경 수술 방식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조작이 용이했다. 복강경 수술 방식으로 같은 고무 링을 옮기는 작업을 수행할 때는 환자의 복부 모형에 얼굴을 파묻고 팔을 움직여야 했다. 좁은 시야와 제한된 기구 조작으로 작은 고무 링을 옮기는 데에는 어려움이 컸다. 몇 차례 시도 끝에 손목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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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N(뉴턴·약 100g)과 5N(약 500g)의 저항을 구현한 모형 추를 다빈치5의 집게로 직접 들어올리자 기술 수준이 실감됐다. 각기 다른 무게에 따른 저항감이 손끝에 뚜렷하게 전해졌다. 실제 수술에서 조직 손상을 줄이는 데 활용되는 기술이다. 다빈치5를 ‘전립선 첨단 최소 박리술’ 기법에 적용해 국제 원격 생중계 수술을 진행한 강성구 고려대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섬세한 로봇 팔 덕분에 전립선(전립샘)의 정밀한 절개·분리가 가능해져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최첨단 영상에 AI까지… 교육 혁명도 기대
영상 기술도 대폭 개선됐다. 기존 대비 4배 향상된 해상도와 실제에 가까운 색감이 구현돼 좁고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체험 중 모니터에선 고무 링과 철제 구조물의 화면을 자유롭게 아주 크게 확대하거나 작게 줄일 수 있었다. 강 교수는 “3차원(3D) 고해상도 시야는 혈관이나 신경 손상의 위험을 낮추고 수술 정확도와 회복 속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빈치5는 수술 중 수집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AI 기반의 분석 보고서를 제공하는 기능도 갖췄다. 케이스 인사이트 기능은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수술자의 조작 데이터를 단계별로 기록하고 특정 구간을 복기하거나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직접 수행해 본 고무 링 이동 체험도 시각화된 데이터로 분석돼 로봇 팔의 조작 범위와 사용 패턴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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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