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농업 연구 ‘문-라이스’ 프로젝트 이탈리아우주국, 벼 품종 개발 연구 유전학 활용해 10㎝ 크기 벼 탄생… 생산 효율 극대화할 유전자도 발견 현재 우주인 식량에 영양분 태부족… 우주에서 직접 재료 공급 가능해져
우주선 내부에서 크기가 작은 작물을 재배하는 모습을 생성형 인공지능(AI)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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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우주 공간에서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우주 농업’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지구에서 식량을 갖고 가는 대신 우주 공간에서 직접 신선한 식재료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우주 환경에 적합한 벼 품종을 개발하는 국제 협업 연구 프로젝트 ‘문-라이스(Moon-Rice) 프로젝트’ 연구자들이 우주에서 재배하기에 이상적인 작물 개발에 나서고 있다. 문-라이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이탈리아우주국 연구팀은 9일(현지 시간)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열린 ‘실험생물학회 연례회의’에서 프로젝트의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 작물 크기 줄이고 생산 효율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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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우주국은 이탈리아 내 대학들과 협업 연구를 통해 키가 10cm까지만 자라거나 우주 공간의 미세중력에 잘 견디는 벼 품종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육류를 섭취하지 않아도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벼 품종 연구도 진행 중이다.
유전자 교정을 통해 우주 재배에 보다 적합한 형태로 개량한 벼의 모습. 밀라노대 제공
우주기지 또는 우주선과 같이 제한된 공간에서 작물을 재배하려면 크기가 작은 품종이 필요하다. 지구에서 재배하는 ‘왜성 품종(일반적인 크기보다 작게 자라는 품종)’도 우주에서 안정적으로 재배하기엔 크다. 식물 생장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지베렐린’을 조절해 식물의 성장을 조절할 수 있지만 종자 발아 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주에서 키우는 작물이 크기만 줄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크기가 작으면서도 생산 효율이 높아야 한다. 지베렐린으로 크기를 줄인 작물은 우주 농업에 적합한 작물로 보기 어렵다.
다행히 이탈리아우주국은 협업 연구를 하고 있는 이탈리아 대학들에서 유의미한 연구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밀라노대는 쌀 유전학, 로마대는 작물 생리학, 나폴리대는 우주 작물 생산 분야에 뛰어난 전문성을 갖고 있으며 지난 9개월간 유망한 예비 결과들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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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가 미세중력에서 잘 자라도록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비안코 연구원 연구팀은 회전을 통해 인공적으로 미세중력 환경을 만든 뒤 작물 성장을 체크하고 있다. 문-라이스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는 우주에서의 식물 재배가 목표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북극, 남극, 사막 등 지구 내 극한 환경에서 작물을 생산하는 데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우주 식량 개발’에서 ‘우주 농업 연구’로
당장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는 우주인을 위한 식량 조달이 중요하다.
우주 식량은 우주인에게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고 장기 보존이 가능해야 한다. 음식이 변질되거나 부패하는 것을 막는 장기 보존 기술로는 동결 건조 기술이 쓰인다. 식량을 낮은 온도에서 빠르게 얼린 뒤 수분을 제거하는 기술로 영양분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수분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장기 보존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식량의 무게를 줄여 운송을 쉽게 한다. 치약을 짜듯 튜브에서 유동식을 짜서 먹어야 했던 초기 우주인들에 비하면 오늘날은 씹을 수 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점에서 우주 식량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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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의 건강과 삶의 질, 안정적인 식량 공급 등을 고려하면 지구에서의 우주 식량 개발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우주 농업이 필요하다. 비안코 연구원은 “조리·포장된 음식은 단기간은 괜찮을 수 있지만 장기간 임무를 수행하는 덴 적절하지 않다”며 “신선한 식재료는 식량을 지속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주인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등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