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종료 앞두고 2-3-4위 올라… 사상 초유 ‘PS 동반진출’ 기대감 김현수 전준우 최형우 ‘베테랑’이 각팀 타선 중심서 상위권 견인 하루하루 순위 바뀌며 흥행 폭발… 올해 KBO 관중 1200만 가능성
LG 9위, 롯데 8위, KIA 7위. 한국프로야구가 10개 구단 체제를 처음 갖춘 2015년 최종 성적표다. 전국적인 인기 구단인 세 팀이 차례대로 ‘뒤에서’ 2∼4위로 시즌을 마쳤다. ‘막내 구단’ KT 딱 한 팀만 이들보다 성적이 나빴을 뿐이다. 야구팬들은 이 팀들의 앞글자를 따 ‘엘롯기 동맹’이라고 불렀다. 말만 동맹이지 사실상 조롱에 가까운 표현이었다. 세 팀 팬들은 한동안 ‘동병상련’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엘롯기’의 암흑기 시절 중계 화면에 절묘하게 잡힌 LG, 롯데, KIA 팬이 모여 있는 모습. KBSN 중계화면 캡쳐
응원팀이 올해 잘나가서 제일 신나는 건 역시 롯데 팬들이다. LG는 2023년, KIA는 지난해 정규시즌과 프로야구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등 두 팀은 최근 들어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렸다. 반면 롯데는 2017년 이후 가을 야구 무대를 밟은 적도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33년 전인 1992년이 마지막이다. 롯데는 프로야구 원년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정규리그 우승 기록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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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공통점은 베테랑 타자가 팀 타선의 중심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LG 김현수(37)와 롯데 전준우(39)는 결승타 공동 1위(10개)다. 현역 최고령 타자인 KIA 최형우(41)는 리그 OPS 1위(0.996)다. 김현수는 8일 키움전 7회말 적시타로 시즌 10번째 결승타를 때린 뒤 “올해는 노인들이 잘되는 해인가 보다”라며 웃었다. 김현수는 그러면서 “(순위 싸움이 치열해) 우리는 힘든데 팬 여러분은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관중이 많이 오셔서 우리도 힘을 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과거 방송 해설위원 시절 ‘엘롯기 동맹을 편애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허 총재는 그럴 때마다 “팬이 많은 구단이 잘해야 야구가 살아난다”고 해명하곤 했다. 실제로 프로야구는 KIA와 LG가 나란히 가을 야구 무대를 밟은 지난해 총관중 1088만7705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넘어섰다.
올해는 롯데마저 상위권에 가세하면서 이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올해 프로야구는 전반기를 마치기도 전에 이미 700만 관중이 찾았다. 현재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이어가면 올해 프로야구 경기장에는 무려 1200만 명이 넘는 관중이 찾게 된다. 총 입장 수익도 1243억 원이나 돼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942억 원)보다 31.9%가 늘었다. 신(新) 엘롯기 동맹이 과거처럼 조롱이 아닌 영광의 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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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