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작은 미덕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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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일상에 젖어 살아가는 우리는 굳이 배우지 않더라도 처세의 방법과 돈의 필요를 저절로 체득한다. 그렇지만 삶에 대한 관대함과 돈에 대한 초연함은 의식하고 노력할 때에만 우리의 일부가 될 수 있다. 큰 미덕이 다수의 시선과 ‘다르게’ 보고 평균의 사고보다 ‘크게’ 생각하는 힘이라면, 그런 힘은 오직 교육을 통해 기를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궁수가 먼 목표물을 맞히려면 그보다 높은 곳을 겨눠야 한다고 말했다. 작고 낮은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크고 높은 곳을 목표로 해야 한다. 긴츠부르그는 자전적 소설에서도 묘사했듯 가까운 이들과 소소한 일상을 유쾌하게 함께 누렸지만, 그런 작은 자유를 짓밟는 것에 대해서는 대범하게 맞서 싸웠다. 그는 파시즘에 반대한 저항에서 남편을 잃은 후에도 노르베르토 보비오, 비토리오 포아 같은 반파시스트 지식인들과 일생 동안 우정을 나눴다. 작게 관찰하되 크게 해석하는 미시 역사학의 대가 카를로 긴츠부르그가 그의 아들이다.
장문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