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휘문고 60회 동기동창으로 올해 75세인 임정국 정태성 김익원 최동주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1년 3월부터 대한민국 한 바퀴 걷기에 나섰다. 시간 날 때 모여서 걸었고, 올해 4월 4544km 대한민국 한 바퀴 완보에 성공했다.
서울 휘문고 60회 동기동창 임정국 정태성 최동주 김익원 씨(왼쪽부터)가 대한민국 한 바퀴 4544km를 걷다 포즈를 취했다. 75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2021년부터 대한민국 한 바퀴를 돌기 시작해 올해 4월 완보에 성공했다. 정태성 씨 제공.
회사 생활을 하던 정 씨를 빼고 나머지 세 명은 사업을 하며 자주 만나면서 산행하던 사이였다. 우연한 기회에 4명이 당구를 쳤고, 자연스럽게 매주 1~2차례 서울 근교 대모산과 청계산, 관악산, 북한산 등을 올랐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어렵던 때 동해안 해파랑길이 잘 조성됐다고 얘기하다가 “그럼 대한민국 한 바퀴를 돌자”고 뜻을 모았다. 평소 등산을 좋아해 대한민국 산을 거의 다 탄 임 씨가 대장을 맡았다. 임 씨는 “요즘 유행하는 100대 명산을 정해 놓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최소 100대 명산 70봉 이상은 올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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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휘문고 60회 동기동창 정태성 임정국 김익원 씨(왼쪽부터)가 서울 대모산을 즐겁게 오르고 있다. 75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2021년부터 대한민국 한 바퀴 4544km를 돌기 시작해 올해 4월 완보에 성공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21년 부산 오륙도를 출발해 강원 고성통일전망대까지 해파랑길 750km, 2022년 부산 오륙도에서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남파랑길 1470km, 2023년 해남 땅끝마을에서 인천 강화평화전망대까지 서해랑길 1800km, 2024년 강화평화전망대에서 고성통일전망대까지 DMZ 평화의 길 524km.
“전국을 걷다 대한민국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해파랑길은 주요 해수욕장과 일출 명소가 있고, 관동팔경을 두루 거치는 해변길이 아름다워요. 남파랑길은 한려수도와 다도해 섬들이 낭만적입니다. 서해랑길은 해 지는 바다를 보며 갯벌 속 생태계도 느낄 수 있죠. DMZ평화의 길은 아픈 역사의 상흔도 있지만 살아 있는 생태자원을 만날 수 있죠.”
서울 휘문고 60회 동기동창 임정국 최동주 김익원 정태성(왼쪽부터)가 강원 고성 대진항에서 포즈를 취했다. 정태성 씨 제공.
이들은 대한민국 한 바퀴를 ‘K둘레길’로 명명했고, “전국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K팝, K푸드, K영화에 이어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약 4000km보다 길다. 마라톤 42.195km 풀코스의 100배 이상이다. 해파랑길은 산티아고 순례길과 맞먹는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에 ‘코리아 둘레길’로 자세하게 코스가 설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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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휘문고 60회 동기동창 임정국 정태성 최동주 김익원 씨(왼쪽부터)가 강원 양양에서 포즈를 취했다. 정태성 씨 제공.
“시작 전에는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죠. 함께하니 기우였습니다. 함께 걷다 보니 따라갈 수 있었요. 함께 걷지만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저 자신과 몇 시간씩 대화합니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지?’ ‘잘 산 것인가?’ ‘향후 어떻게 살지?’ 숱한 고민을 하면서 제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느꼈습니다. 물론 ‘후회한 것도 있지만 이만하면 잘 살아왔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운도 좋았다고 했다. “저희가 180일을 걸었는데 비를 딱 두 번만 맞았어요. 이젠 저희도 나이가 있어 혹서기, 혹한기를 피해서 갔는데 그래도 비를 두 번만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죠. 대한민국 둘레길의 명소도 다 가봤죠. 걷는 길목에 있는 맛집도 다 가봤습니다. 다양한 사람들도 만났어요.”
서울 휘문고 60회 동기동창 김익원 정태성 임정국 씨(왼쪽부터)가 서울 대모산을 즐겁게 오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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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고교 전체 산악회 ‘휘산회(휘문고 산악회)’, 고교 졸업 동창 산악회 ‘60휘산회(60회 휘문고 산악회)’ 등 매주 말 산행하는 모임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따로 모여 산을 타거나 걷고 있다. 과거같이 하루 종일 산행하지는 않는다. 3~4시간 타고 식사하고 헤어진다.
서울 휘문고 60회 동기동창 임정국 정태성 김익원 씨(왼쪽부터)가 서울 대모산을 오르다 포즈를 취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면서 얻는 성취감, 안 해보면 몰라요. 한 발씩 걸어 4544km를 다 걸었잖아요. 친구들과 다투기도 했지만 정도 많이 들었어요. 사실 친구들 없었으면 못 했죠. 평생 함께 걸을 겁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