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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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의 만남 시간은 충분히 확보하되, 충돌은 피하라.’
15∼17일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렸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참석국들의 ‘임무’는 사실상 이 한 문장으로 수렴됐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 참석한 다자 외교 무대여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다른 정상에겐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별 면담’이 꼭 필요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 등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든 그와 면을 트고, 그를 설득할 기회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양자협상 무대 전락한 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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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경제, 안보, 기후, 인권 등 ‘글로벌 공공재’에 대한 공동대응 기반을 마련하는 장으로 통했던 G7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양자 협상 무대로 전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장소만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캐나다로 옮겨졌고, 전 세계가 ‘관세’를 부르짖는 그의 입만 바라봤다. 캐나다로 출발하기 직전 “우리는 몇몇 새로운 ‘무역합의’를 이룰 것”이라며 통상 압박을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의 첫 회담에서부터 “나는 관세 개념이 확고한 사람”이라고 외쳤다.
심지어 그는 G7 정상회의 일정을 끝까지 소화하지도 않았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중동 상황 관리를 이유로 한밤중 조기 귀국했다. 납득 못 할 명분은 아니었지만 G7의 ‘원톱’이 갑자기 사라지자 회의의 위상 또한 추락했다. 중동·우크라이나·중국 등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공동 대응, 공급망 안정화, 디지털세 조율 등 산적한 다자 과제들은 그의 조기 귀국에 완전히 묻혀버렸다.
‘거래 중시’ 트럼프, 다자 체제 회의적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개막을 앞둔 지금도 상황이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 국가들에 얼마나 많은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지, 그가 관세 등 통상 펀치는 어떻게 날릴지 등에만 맞춰져 있다. 주최 측은 다자회의를 선호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해, 아예 32개 회원국이 참석하는 본회의는 딱 한 차례만 열기로 했다.
이 같은 흐름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하는 ‘거래 중심주의’ 정책을 주창해 왔다. 또한 그는 다자 체제를 불신하는 쪽에 가깝다. 이런 그에게 맞추느라 주요국 정상이 모두 ‘트럼프와의 협상법’에만 골몰하다 보니 다자 의제는 더욱 밀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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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우 워싱턴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