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 고국 송환-잔류 고민 등 포로수용소 ‘심문실’ 모습 담아내 ◇심문실의 한국전쟁/모니카 킴 지음·김학재 안중철 옮김/512쪽·2만8000원·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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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당신이 궁금해할 거라는 걸 알아. 그런데 당신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당신은 내가 잡혔는지, 다쳤는지도 물었지. 나는 심하게 다쳤어. 그런데, 그게 당신에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1953년 6·25전쟁 당시 북한, 중국군에 잡혀 있던 한 미군 포로는 고국에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수용소에서 이 글을 썼다. 끝내 미국행 배를 탄 포로는 고국에서 자신의 담당 전문의로부터 포로 생활을 묘사해 달라는 요청을 받자 대신 이 글을 가져갔다고 한다. 끔찍했던 포로 생활은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다시 끄집어내 묘사하기 힘든 것이었기 때문. 이 포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걸 설명할 순 없다”며 “내가 포로였다는 걸 그냥 잊어 달라”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치열하고 잔혹했던 전장을 누볐던 병사들과 수용소 생활을 겪었던 전쟁 포로들이 ‘심문실’에서 보였던 모습을 담은 책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역사학과 교수로, 전쟁을 겪은 개인의 경험, 내면 연구에 천착한 저자는 방대한 사료를 가지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전 지구적으로 펼쳐진 지정학을 헤쳐 나갔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추적했다. 저자는 이 책으로 독창성을 인정받아 미국에서 ‘천재상’으로도 불리는 ‘맥아더 펠로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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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북측 포로들이 미군 준장을 인질 삼아 일으킨 반란, 석방 뒤 미국행을 택한 북한군 등 수많은 포로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학술서의 면모도 갖췄지만 비교적 쉽게 읽힌다. 전쟁의 이면에 무수한 인간들의 희생, 죽음, 눈물이 드리워져 있음을 다시 한번 짐작하게 만든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