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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에 ‘차정순 길’ 간판…동네주민 이름 내건 사연은?

입력 | 2025-06-20 17:33:00

노인회장이 사유지 기증해 도로 확장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회장 이름 붙여



도로 확장을 위해 사유지 27㎡를 군에 기증한 차정순 씨. 기증된 구간은 ‘차정순 길’로 불리고 있다. ⓒ뉴시스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사담1리. 이 마을에는 오랫동안 주민들의 불편을 야기해 온 고민거리가 하나 있었다.

마을 안쪽으로 진입하는 도로 폭이 2.3m 남짓에 불과해, 농기계나 대형 차량이 오가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커브가 심한 데다 담벼락에 차량이 부딪히는 일이 잦았고, 비가 오거나 밤이면 통행은 더욱 불편해졌다.

■ 좁은 길 넓히려 사유지 27㎡ 기증…“이젠 농기계도 수월”

이런 상황을 지켜본 차정순 노인회장(78)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35년째 살아온 마을을 위해 자신의 사유지 27㎡를 군에 기증한 것이다.

차 회장은 “차도 잘 못 들어오고, 경운기도 지나가기 어려우니 다들 불편해 했다. 땅을 조금 내어주면 편할 것 같아서 했다”고 밝혔다.

기증된 부지를 바탕으로 이뤄진 확장 공사는 최근 마무리됐다. 도로 폭은 약 3m로 넓어졌고, 대형 차량도 한결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게 됐다.

사담1리 이장은 “넓혀도 교행까지는 어렵겠지만, 농기계를 몰고 다니는 주민들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증에 화답한 마을…“차정순 길로 기억하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해당 도로를 ‘차정순 길’이라 부르기로 했다.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배너를 세우고, 차 회장의 결정에 깊은 감사를 표현했다. 

배너에는 “고마운 뜻을 기리고자 차정순 길로 명명함”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공식 행정 지명은 아니지만, 마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길을 그렇게 부른다.

사담1리 이장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고마워하고 있다”며 “차 회장도 이렇게까지 주목받을 줄은 몰랐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요즘 같은 삭막한 세상에 이런 따뜻한 행동이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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