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개 품목중 30개, 20% 넘게 올라 韓 음식료품 가격, 美-佛보다 비싸 OECD중 韓보다 비싼 나라 스위스뿐 정부, 조만간 범부처 대책 내놓기로
외식과 가공식품 물가가 5년 전보다 24%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물가 상승률의 1.5배에 달하는 오름 폭이다. 특히 통계청이 집계하는 외식 품목의 77%는 5년 새 가격이 20% 넘게 뛰었다. 서민들이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대책 마련을 위한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는 124.56으로 2020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2020년과 비교하면 24.6%가량 오른 수준이다. 외식 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연속 전달보다 상승하고 있다. 가공식품 물가지수 역시 124.08로 최근 5년 새 최고치였다. 이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는 16.3% 올랐다. 외식과 가공식품 물가가 전체 물가보다 1.5배 더 뛴 것이다.
특히 외식 물가는 통계청이 집계하는 39개 품목 중 30개가 20% 넘게 올랐다. 김밥이 5년 전보다 38% 오르며 가장 큰 상승률을 보였고, 햄버거(37.2%) 떡볶이(34.7%) 자장면(33.4%) 등이 뒤를 이었다. 치킨과 김치찌개 백반, 쌀국수 등도 20%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기후변화, 고환율 등으로 수입 원자재의 가격이 오르면서 식품회사와 외식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했다”며 “인건비와 배달 수수료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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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과 자동차 보험료 등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도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지난달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3% 상승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0.4%포인트 높았다.
정부는 조만간 범부처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 내놓을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가격이 오른 품목들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물가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장·단기 기간별 대책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격 인상 과정에서 담합 등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라면 가격을 짚으며 물가 관리를 지시한 바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식품, 외식 가격의 원가를 공개해 물가 잡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13일 열린 ‘밥상 물가 안정 경청 간담회’에서 “식품, 외식 가격 정보를 소비자가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보 공개 범위를 심도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유통 과정이 불분명하거나 불투명한 품목들에 대해서는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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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