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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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심 있는 ‘빛’을 재료로 작품을 만들고 싶었지만, 딜레마가 있었다. 빛은 분명 물리적 실체가 있지만 나무나 금속처럼 조각할 수 없다. 음악가가 원하는 소리를, 악기를 통해 만들어 내듯, 빛을 생산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이런 고민 끝에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텅 빈 공간에 가득 찬 빛 속에 푹 잠기거나, 눈부신 빛의 파장이 먼 곳이 보이지 않도록 뿌연 장막을 만들고, 때로는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설치 작품으로 ‘빛의 존재감’을 드러내 온 터렐의 신작이 한국을 찾았다. 14일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개막하는 터렐의 개인전 ‘리턴’은 ‘글라스워크’ 연작 4점과 신작 ‘웨지워크’ 등 총 25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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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작가가 11일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6.11. [서울=뉴시스]
그런 그의 말처럼 신작 ‘웨지워크’를 감상하면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면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어두운 입구를 지나게 된다. 그다음 붉은빛이 테두리처럼 설치된 공간이 보이는데, 그 속에서 또 다른 빛이 하나씩 켜지면서 이 빈 공간의 형태를 관객은 서서히 인식하게 된다. 20분 간이 공간에 비치는 빛은 서서히 변하는데, 이 변화에 따라 빛이 마치 뿌연 연기처럼 보이기도, 얇은 장벽처럼 보이기도 한다. ‘빛이 물리적인 실체’라는 터렐의 말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터렐은 “빨간색이 뜨겁고, 푸른색이 차갑다고 생각하지만, 행성을 볼 때는 푸른 별이 더 뜨겁고 붉은 별이 더 차갑다. 빛의 주파수 간격이 짧을수록 온도가 더 뜨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평소에 익숙하지 않았던 빛을 경험하며 어지러움을 느끼다가 그 낯섦을 견디면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고 무언가 얻게 되는 것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장에서는 터렐이 애리조나 플래그스태프 인근에서 만들고 있는 대형 전시관 ‘로든크레이터’에 관한 판화와 드로잉도 함께 전시된다. 또 2014년 미국 뉴욕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선보인 설치 작업 ‘아텐레인’을 판화로 재현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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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