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 각당 공식 연설문 유세 키워드 분석 李 ‘내란 극복’ 핵심 메시지 삼아… ‘윤석열’ 59번 언급, ‘계엄’도 191번 金 ‘反이재명’ 메시지 내는 데 집중… ‘총각’ 75번, ‘법인카드’ 18번 등장 이준석, 이재명 집중공격 나서… ‘김문수’ 13번 거론때 ‘이재명’ 143번
6·3 대선 유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내란’을 332번,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방탄’을 419번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는 김 후보보다 이재명 후보를 10배가량 더 많이 언급하며 ‘이재명 때리기’에 다걸기(올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아일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5월 12일부터 29일까지 각 당 후보들이 유세에서 어떤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는지 분석했다. 이 기간 각 당이 제공한 연설문(이재명 후보 46건, 김 후보 34건, 이준석 후보 19건)을 토대로 조사했으며, 공식연설문이 제공되지 않은 일부 유세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 경쟁 후보 대신 尹 겨냥한 이재명
광고 로드중
이 후보는 분석 기간 동안 유세에서 ‘내란’을 총 332번, ‘계엄’ 및 ‘비상계엄’을 191번, ‘쿠데타’를 123번, ‘총칼’을 35번 언급했다. ‘빛의 혁명’(27회) ‘응원봉’(26회) 등 12·3 비상계엄 사태 및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 역할을 강조하는 단어도 자주 사용했다. 지지를 호소할 때도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 등 비상계엄 사태에 맞서는 이미지를 자주 사용했다.
윤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한 사례도 유세 전반부(12∼20일)보다는 후반부(21∼29일)로 갈수록 늘어났다. 이재명 후보는 전체 기간 중 윤 전 대통령을 총 59번 언급했는데, 이 중 45번이 유세 후반부에 집중됐다.
반면 경쟁 후보들에 대한 언급은 적었다. 이재명 후보가 김 후보를 직접 언급한 건 26회로 윤 전 대통령의 절반 수준이었다. 김 후보를 직접 언급할 때도 상당수가 “이번 선거는 이재명이냐, 김문수냐가 아닌 내란 진압 여부가 달린 선거”라는 맥락이었다. 이준석 후보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 전까지 발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밖 1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내란 극복’ 프레임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정책과 관련해선 에너지(238회), 태양광(47회), 풍력(16회)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언급이 집중됐다. 유세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주식시장 관련 정책 언급도 늘어났다. ‘주가’는 전반부 16회에서 후반부 71회로 늘었다. ‘상법’도 전반부엔 한 차례도 언급한 적이 없지만 후반부 들어 17차례 언급했다.
광고 로드중
분석 기간 동안 김 후보는 ‘방탄’을 419회 언급했다. ‘방탄조끼’(181회), ‘방탄유리’(102회), ‘방탄법’(18회) 등도 자주 언급했다.
유세 때마다 “나는 방탄조끼를 안 입었다. 방탄유리도 필요 없다”고 운을 뗀 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재판에 대해 ‘방탄 입법’을 하더니, 대법원장에 대해 특검과 청문회를 하겠다고 한다”며 비판하는 사례가 많았다.
‘총각’이란 단어도 75번 거론했다. 이재명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을 부각하며 “나는 총각이 아닌데 총각이라고 한 적이 없다”는 식이었다. 이재명 후보와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겨냥한 ‘법인카드’ 언급도 18차례 있었다. 청렴을 강조하는 ‘청렴영생’이라는 표현도 17번 등장했다. “청렴영생(淸廉永生), 부패즉사(腐敗卽死)” 등이 대표적이다.
광고 로드중
● 이재명 때리기 집중한 이준석
2030세대를 집중 공략했던 이준석 후보는 ‘젊은’이란 표현도 102회 사용했다. 정책 측면에서도 젊은 층에서 관심이 많은 ‘국민연금’을 22회, ‘인공지능(AI)’을 19회 썼다. 주요 정치인 중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36회)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15회)을 자주 언급했다. 지지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출발해 ‘대역전’ 끝에 당선에 이른 노 전 대통령과 만 39세라는 젊은 나이에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의 이미지를 본인에게 투영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