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탐지-어뢰 투하 임무 P-3C 급강하 하며 굉음… 추락은 처음 軍,오폭-무인기 충돌 이어 또 사고 인근 아파트 피해 대형참사 면해… “마지막까지 기체 야산 유도한 듯”
2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인근 야산의 P-3C 해상초계기 추락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승무원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해군에 따르면 P-3C 초계기는 이날 오후 1시 49분경 추락해 사고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 4명은 모두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포항=뉴시스
해군이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서 도입 운용 중인 P-3C 기종이 추락한 것은 처음이다. 초계기는 인근 아파트를피해 야산에 추락하면서 대형 참사를 피했다. 다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조종사의 실수로 수십 명의 부상자를 낸 공군 전투기의 민가 오폭과 무인기 충돌 사고 등에 이어 또다시 군에서 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한 대형 사고가 터진 데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이륙 6분여 뒤 급격히 강하하며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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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시뻘건 화염이 치솟는 모습이 수백 m 밖에서도 목격되면서 주민들의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훈련 비행을 위해 포항기지를 이륙했지만 원인 미상의 사유로 추락했다”며 “사고 현장에서 승무원 시신 4구를 모두 수습해 해군 포항병원으로 옮겨 신원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해군은 “P-3C 기종의 추락 사고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해군은 참모차장을 중심으로 한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 원인 등을 확인 중이며 P-3C에 대한 비행 중단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해군 초계기 전력 가동이 중단되면서 대북 대잠 작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마지막까지 민가 피해 야산으로 기체 유도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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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당국은 헬기 2대와 인력 40명을 긴급 투입해 화재 진화에 나섰다. 항공기 추락 여파로 인근 산림에 불이 번지면서 산림 당국도 산불 진화 작업을 벌였다. 사고를 목격한 인근 식당 운영자 김모 씨(52)는 “이 지역은 공항과 군부대가 있어 평소에도 항공기 소음을 자주 듣는다”며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큰 폭음이 들려 밖으로 나가 보니 야산에서 검은 연기가 솟고 있어 큰 사고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추락 지점에서 직선 거리로 260여 m 떨어진 곳에는 680여 가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가 있고, 그 인근에는 동해면 소재지가 자리 잡고 있다. 자칫 대형 참사가 빚어질 수 있었던 것.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비행기가 만약 아파트 쪽으로 떨어졌다면 큰 인명 피해가 날 뻔했다”며 “조종사가 마지막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야산으로 기체를 유도한 것 같아 안타깝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포항=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