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다” 마이크 탈취 시도하고… 선거운동원 흉기로 협박하기도 정치적 혐오가 현장 폭력 부채질… TV토론 비방전에 욕설-비난 확산 오늘부터 대선까지 총기 출고 금지
다음 달 3일 치러질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운동 현장에서 상대 진영을 위협하거나 폭행하는 이른바 ‘선거 폭력’이 잇따르고 있다. 선거운동 초기에는 벽보나 현수막 훼손 등 경미한 사례가 대부분이었지만, TV토론 등에서 대선 후보 간 상호 비방과 공격이 격화되자 최근엔 물리적 충돌이 빈번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유세 현장에 대한 공권력의 엄정한 관리와 함께 정치적 갈등을 줄이기 위한 교육, 정치권의 성찰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 차량에 매달고, 주먹 치고, 흉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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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광장에서는 40대 남성이 “시끄럽다. 다른 데 가서 하라”며 국민의힘 선거운동원에게 시비를 걸고, 피켓을 든 운동원을 발로 찬 데 이어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빼앗으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같은 날 충북 제천시 영천동에서는 50대 남성이 민주당 선거운동원 6명을 흉기로 위협한 사건도 발생했다. 그는 손에 든 흉기를 등 뒤에 감춘 채 선거운동원들에게 다가가 위협했다. 경찰은 선거운동 방해 및 흉기 소지 혐의 등으로 이 남성을 구속했다. 앞서 19일에도 부산 기장군 기장읍 상가 인근에서 50대 남성이 민주당 선거운동원을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 “폭력은 강력 처벌… 정치권 성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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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반영하듯 대선 후보 TV토론이 끝나면 온라인상에서의 증오 표현이 확산된다. 23일 열린 대선 후보 2차 TV토론 직후 포털과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상대 후보에 대한 욕설, 비난, 허위 주장 등이 급증했다. “직접 만나 싸우자”는 식의 위협적 언동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선거 유세 현장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공권력의 엄정한 집행과 함께, 갈등을 줄이기 위한 시민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윤호 동국대 명예교수는 “무고한 시민과 선거운동원에 대한 묻지 마 폭력엔 엄정 대처해야 한다”며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캠페인과 공교육을 통해 시민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현장이 갈등과 비방으로 얼룩져 있다. 정치인들이 먼저 성숙한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대선 사전투표 전날인 5월 28일부터 본선 다음 날인 6월 4일 오후 5시까지 민간 소유 총기류의 출고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사회 전반의 안전 확보를 위한 예방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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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제천=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