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인재 엑소더스] 석학들 “美-中처럼 고연봉 못주면… 연구비 걱정이라도 덜어줘야” 젊은 과학자들 “우릴 계약직 아닌… 국가 전략적 자산으로 바라봐주길” 정부, 인재 DB화 ‘K링크트인’ 추진
국내 과학기술 분야 석학들은 이공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불확실성을 줄여 과학기술인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비 걱정 없이 국내에서도 오랫동안 혁신적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보장하고, 인센티브 등 처우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김윤영, 오우택, 조길원, 김근수, 윤효재.
이들은 시급한 개선 과제로 안정적 R&D 예산 확보를 첫손에 꼽았다. 조길원 교수는 “지난해 R&D 예산 삭감은 과학자들에게 너무 큰 절망을 안겨줬다”며 “이제는 정부와 쓴 연구비 계약서마저 믿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우택 소장은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연구비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차기 정부가 과학자들을 국내에 잡아두고 싶다면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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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과학자들의 요구는 더욱 절박하다. 45세 이하 젊은 과학자들이 소속된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YKAST) 회원들은 “과학기술인을 계약직 연구노동자가 아닌 국가의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해 연금형 장기 보상 등 실질적 복지 체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YKAST 소속 윤효재 교수는 “차기 정부가 과학기술에 운명을 걸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쳐 더는 세계 무대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국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YKAST 간사인 권순경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단기 연구비 지원만이 아니라 초중등교육-대학-연구소-산업계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육성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유정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는 “시류에 휩쓸려 너무 많은 관심과 예산이 인공지능(AI) 등 특정 분야로만 쏠릴 경우 기초과학 분야가 소외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기술 인재 현황을 정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정부와 민간에 산재돼 있는 국내 과학기술 인재의 연구 이력과 현황 등을 한데 모아 기업들이 인재 영입에 활용할 수 있도록 ‘K링크트인’(가칭) 구축을 추진 중이다. ‘K링크트인’ 아이디어는 한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이 과기부가 주최한 인재 대책 간담회에서 “기업도 인재 확보에 활용할 수 있는 과학기술 인재 데이터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제안한 데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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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