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5000톤급(최현급) 신형 구축함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두번째 5000t급 신형 구축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관한 진수식에서 좌초되는 일이 발생했다. 건조한 구축함을 물에 띄우는 과정에서 배가 물로 미끄러져 들어가도록 하는 ‘진수썰매’가 빠져 최신식 구축함이 뒤집히는 사고가 난 것. 군 현대화를 과시하려던 김 위원장은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범죄적 행위”라며 관련 책임자들의 무더기 처벌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의 격노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그대로 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北 자랑하던 신형 구축함, 김정은 면전에서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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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위성사진에는 사고 구축함은 함수 쪽은 육지에, 함미 쪽은 바다에 빠진 채 선체가 누워있는 상태다. 북한 당국은 선체를 위장막으로 가려둔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구축함은 북한이 지난달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진수식을 개최한 5000t급 신형 다목적 구축함 최현호의 ‘쌍둥이함’으로 보인다. 당시 김 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석하고 대규모 인원들이 동원됐던 최현호 진수식 행사는 조선중앙TV에서 1시간 넘게 보도됐다. ‘북한판 이지스구축함’으로 불리는 5000t급 구축함에 대해 북한은 “대공, 대함, 대잠, 대탄도 미사일 능력은 물론 공격 수단들 즉 초음속전략순항미사일, 전술탄도미사일을 비롯해 육상 타격 작전 능력을 최대로 강화할 수 있는 무장 체계들이 탑재돼 있다”고 과시해왔다.
잠수함 함장 출신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함수와 함미쪽 레일이 부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진수 과정에서 배가 파손되는 건 굉장히 드문 사고”라며 “김 위원장이 직접 해군력 현대화를 계속 강조해왔던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수식 날짜를 맞추려다 보니 안전 절차 등이 부실하게 준비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 김정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대규모 문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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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23년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때도 실패 사실을 공개했지만 분노나 책임자 처벌까지 공식화한 적은 없었다.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간부들의 비위가 적발됐을 때 ‘특대형 범죄’ 등을 언급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교화’에서 공개처형까지 다양한 처벌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처벌 수위에 대해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분노 메시지를 공개한 것을 두고 내부 기강을 잡기 위한 공포 정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다음달 소집한 당 중앙위 전원회의 전까지 긴급 복원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선박 기능이 불능한 수준의 대규모 파손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