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강원 강릉서 발생한 사고 재판부, 가속페달 100%작동 등 이유 “차량 결함 보기 어렵다” 제조사 승소 유족 “기업논리 택한 판결” 항소 방침
2022년 12월 6일 강원 강릉시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을 소방대원들이 수습하고 있다. 강릉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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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강원 강릉에서 할머니가 운전하던 차량에 탄 손자가 급발진 의심 사고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족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제조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부장판사 박상준)는 13일 이도현 군(사고 당시 12세)의 할머니 최모 씨(71)와 유족이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9억2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사고가 차량 전자제어장치(ECU) 결함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사고기록장치(EDR)에 기록된 ‘사고 전 6.5초 동안 가속페달은 100% 작동하고, 브레이크페달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데이터를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원고 측이 주장한 ‘브레이크등 점등’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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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은 “30초간의 지속된 질주 중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오인해 밟았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 판단을 뒤집진 못했다.
사고는 2022년 12월 6일 오후 3시 56분경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최 씨가 운전하던 티볼리 에어 차량이 앞서가던 모닝 승용차를 들이받은 뒤 약 30초 동안 1km가량 굉음을 내며 질주했고, 교차로 네 곳을 지나 도로 경계석을 넘다 지하통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손자 이 군이 숨졌다. 최 씨도 중상을 입었다.
급발진 가능성이 높게 제기됐던 이번 사고까지도 법원이 운전자 실수로 결론 내리면서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제조사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다시 한 번 부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발진 사고와 관련한 민사소송에서 차량 결함을 인정받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사건이 운전자의 실수로 결론이 내려졌다. 제조사 결함이 인정된 사례는 2018년 호남고속도로에서 발생한 ‘BMW 부부 사망 사고’가 유일하다. 당시 2심 재판부는 BMW 측의 차량 결함 가능성을 일부 받아들여 유족에게 4000만 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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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