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데 전혀 개입하지 않은 줄 알았다. 2020년 문재인 정권 시절 ‘김명수 대법원’이 이런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 ‘2심 유죄’를 뒤집고 “무죄”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도록 지시하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와 관련해 2020년 10월 진행된 수원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법원 앞에서 취재진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그는 KBS와 MBC TV토론에서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상대 후보 물음에 “그런 일 없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 ‘무죄’라고 했으니, 대학까지 나온 나도 이재명이 절대 그런 일 안 했던 걸로 알았던 거다.
김명수 대법원장. 동아일보DB
무죄 판결 후 이재명은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믿음을 확인했다”고 기막힌 발언을 했다. 그리고 김명수가 보장한 민주주의, 이재명이 자부하는 진실을 한껏 구가했다. 그 결과가 2021년 말 대선 후보 때 똑같은 혐의로 걸린 것이고, 조희대 대법원에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당한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달 1일 오후 대법원 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하기 앞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사법부 무력화…미리 보는 ‘이재명 독재정권’
권순일 전 대법관이 지난해 11월 21일 오전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권 전 대법관은 퇴직 후에도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대장동 개발업자인 김만배 씨가 대주주로 있던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동아일보DB
나는 그 정도의 ‘허위사실’로 발설자를 대통령 선거에 못 나오게 만드는 것은 과하다고 보는 사람이다. 그건 형량으로, 또는 입법으로 해결할 일이지 대법관을 ‘50억 클럽’에 끌어들이거나, 대법원장을 겁박해서 될 일이 아니다. 민주당이 파기환송심 기일 변경을 요구해 결국 관철시킨 일도 징그럽고 끔찍했다. 이에 굴복한 듯 서울고등법원이 대선 이후로 재판을 연기했지만 혹시 아는가. 속히 재판한다면 벌금 80만 원 이하로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를 털어줄 지.
● ‘콩가루’도 아까운 국힘…미친 돌덩이같은 민주
이재명의 ‘신뢰 리스크’를 꺼림직하게 여기던 이들도 점점 민주당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 이재명에게 충성경쟁을 하는지, 앞 다퉈 한층 더 극악스럽게 강성 발언을 쏟아내 국민을 ‘따블’로 두렵게 해서다. 이번 재판 건도 이재명은 “당이 국민의 뜻에 맞게 적의 처리할 것”이라는 말로 충성 경쟁을 유도했다.
이달 1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추가상정하는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상정하고 의결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하고 있다. 이날 탄핵소추안은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고, 최 전 부총리는 탄핵안 가결 즉시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국정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경제수장도 현재까지 공석으로 남아있다. 뉴스1
● 삼권분립 무너뜨리고도 ‘민주’당이냐
말로는, 책으로는 “결국 국민이 합니다” 외치지만 기실 이재명이 처절하고도 잔인한 생존본능에 사로잡혀 있음을 눈밝은 국민은 안다. 머리회전 빠르고 말 바꾸기에 능하면서 눈물까지 흔한 것도 이 때문일 터다. 2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밝힌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방침은 이재명을 위한 충성경쟁의 제도화나 마찬가지다. 개딸들을 동원해 금배지 뜯어낼까 봐 의원들도 이재명 눈치를 보는 세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8일 국회에서 진행한 긴급 토론회. 걸개에 ‘사법 쿠데타 규탄’이라고 적혀 있다. 민주당 주요 관계자들은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한 이후 3권분립 해체를 주장하는 등의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뉴시스
폴란드와 헝가리에서 이미 겪은 ‘민주주의 쇠퇴’의 세계적 파도 속으로, 자기 당 대통령 파면 뒤에도 정신 못 차린 채 당권과 선거보조금 노리고 대선에 뛰어든 국힘으로 인해, 두 눈 시퍼렇게 뜬 채 우리는 속수무책 떠밀려 가고 있다.
김순덕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