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는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에 단호히 반대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7일(현지 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브누코보-2 공항에 도착한 직후 성명에서 이같이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패권과 강권 정치에 맞서 러시아와 반미(反美) 연대를 공고히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양국이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를 촉진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8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자국을 국빈 방문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안내하고 있다. 7~10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는 시 주석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적 괴롭힘에 맞서 강대국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반(反)미국 연대에 관한 의제를 집중 논의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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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7~10일 나흘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다. 8일엔 올해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중-러 정상회담을 열었다. 미 CNN방송은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은 두 권위주의 지도자 간 강력한 결속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라고 평했다.
● 푸틴 “극동 가스 사업 2027년 시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하고 있다. 2025.05.08.모스크바=AP/뉴시스
이날 중-러 정상회담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미-러 관계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러는 미국의 경제, 외교적 공세를 받고 있는 만큼 경제 협력 강화에 주력했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고율 관세를 부과받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뒤 미국을 포함한 서방으로부터 원유 판매 등 각종 경제 거래에서 제재를 받고 있다. 양국은 이를 의식한 듯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수송하는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사업을 논의했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새로운 공동 사업들이 진행 중”이라며 “극동 가스 파이프라인은 2027년 시작돼 중국 소비자들에게 연간 최대 100억㎥의 연료를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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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 환영식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중-러의 밀착에 남미, 아프리카 국가들도 동조하는 모양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전승절에 29개국 정상이 초대됐으며, 이 중 최소 15명이 푸틴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한다고 6일 밝혔다.
● 중-러 밀착, EU 심기 건드나
중-러 관계는 지난해 10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공식 확인되고,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뒤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관세 폭탄의 집중 타깃이 됐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압박을 받고 있다.
시 주석이 러시아와의 유대를 과시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는 분석도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세 문제로 미국과 유럽이 갈등을 벌인 틈을 타 중국이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데 따른 것. 중국의 러시아 밀착은 유럽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교역이 막힌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럽과의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미국과의 치열한 무역 전쟁의 고통을 상쇄하기 위해 유럽과 관계를 회복하려던 중국의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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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