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 단일 후보에게 ‘기호 2번’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주기 위해” 같은 당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예비후보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를 후보 등록 전에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대선 후보 등록 후 단일화하자는 김 후보의 주장을 일축하고, 등록 마감인 11일까지 단일화에 실패하면 사퇴할 뜻을 재차 밝혔다.
권 위원장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가 추진하는 단일화는 무조건 후보를 교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0.1%라도 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서 이재명 독재를 막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8일 오후 6시 김 후보와 한 전 총리 간 토론회를 하고, 같은 날 오후 7시부터 9일 오후 4시까지 실시한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각각 50%씩 반영하는 단일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김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14일 토론회를 하고 15, 16일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단일화 방안을 역제안했다. 본인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등록한 뒤 단일화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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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위원장은 “우리 진영 후보가 ‘기호 2번’ 무기도 없이, 당의 체계적인 지원도 없이 맨몸으로 이재명 세력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무소속 후보로 단일화하면 우리가 선거운동 비용을 쓸 수도, 이를 보전받을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12일 이후 단일화를 하자는 (김 후보의) 이야기는 사실상 할 수 없는 걸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예정된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될 때의 대응 방안을 묻자 권 위원장은 “일단 여론조사는 계속 간다”며 “11일까지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대선 승리를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필요하면 결단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결단의 내용에 대해서는 “미리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11일 전 단일화를 거부할 경우 당이 여론조사를 토대로 일방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 위원장은 후보 등록 전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김 후보로 가는 거고, 그럴 경우 (말해온 대로) 제가 사퇴하겠다”고 했다. 그는 “김 후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당 후보는 누가 뭐래도 김 후보”라면서도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김 후보의 잘못된 판단으로 우리가 대선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김 후보뿐 아니라 우리 당 모두가 역사와 국민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가 성숙한 포용의 자세를 보이고 용기 있게 결단해주길 요청한다”고 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