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 압박속 경쟁자서 동지로 현대차, 美제철소 건립재원 마련… 포스코는 북미시장 교두보 ‘윈윈’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도 함께 구축… “통상 대응 넘어 장기적 협력 필요”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21일 현대차 강남대로 사옥에서 ‘철강 및 이차전지 분야의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 한석원 현대차그룹 기획조정본부장(왼쪽)과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장. 현대차그룹·포스코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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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파고(波高)를 넘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공동 투자를 공식화했다. 양 사는 미국 정부의 통상 압박과 철강업계를 둘러싼 환경 규제 등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전기차 배터리용 소재 공급망까지 협력하기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미국 판매망 확대, 현대차그룹은 미국 제철소 건립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경쟁 관계인 양 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루이지애나 제철소 공동 투자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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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소재의 공급망 공동 구축도 이번 협력의 주된 내용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과 양·음극재를 포스코로부터 안정적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포스코그룹 역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인한 시장 위축을 극복하고 핵심 판매처를 확보하게 된다.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장은 “양 사 시너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통상 압박과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것”이라며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분야 협력으로 양 사는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 오랜 갈등 접고 협력… 관세-불황 파고 넘는다
철강업계 경쟁 관계인 양 사의 협력을 두고 전문가들은 해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그동안 기업 간 협력은 경쟁 기업의 소재를 일부 구매하거나 더 나아가 경쟁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그동안 업계에서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던 1, 2위 기업이 지분 투자를 통해 사실상 동업 결정을 한 것은 더더욱 유례를 찾기 힘들다. 포스코와 현대차는 20여 년 전부터 여러 사안에서 갈등과 앙금을 표출해 왔다. 특히 현대차가 인천제철(현대제철)과 한보철강을 잇달아 인수하고 철강을 자체 조달할 움직임을 보이자, 포스코는 철강 공급을 거부하며 이에 맞대응하기도 했다. 이런 오랜 갈등 관계를 잠시 묻고 양 사가 협력으로 나아가기로 한 것은 미국의 관세 폭탄과 중국의 저가 철강 공급 등 경영 위기 상황에서 돌파구가 절실해진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양 사의 협력이 MOU 단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어느 정도 구속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쪽으로 이익이나 손해가 몰리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협약이 철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의 통상 문제 대응을 위한 일시적 협력을 넘어 국내 철강 시장이 직면한 글로벌 환경 규제, 중국의 공급 과잉 문제 등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극복할 수 있는 협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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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