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다니던 1990년대 말 형이 이종 종합격투기 UFC 1회 대회 비디오테이프를 구해왔어요. 정말 짜릿했죠. 그땐 룰이 없이 싸웠거든요. 어떻게 원초적으로 저렇게 치열하게 싸울 수 있을까. 충격적이었죠. 그러면서도 묘하게 빠져 들었어요. 형하고 비디오를 보면서 함께 기술 훈련하기도 했죠. 그때 권투를 시작했어요. 권투라도 해야 나중에 격투기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박정진 경남대 서울캠퍼스 부총장(왼쪽)이 경남 마산시 ‘짐 에이스’에서 UFC 선수 출신 임현규의 지도를 받으며 격투기 훈련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생활화한 그는 대학 시절부터 권투 등 격투기를 즐겼고, 지금은 달리기와 격투기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박정진 부총장 제공.
“권투했더니 체력이 좋아졌어요. 줄넘기와 섀도복싱만으로도 체력을 키울 수 있었죠. 거의 매일 운동했고, 하루 최대 6시간 한 적도 있어요. 학군사관후보생(ROTC) 시절 체력이 약한 편이었는데 권투로 다져져 현역 복무를 쉽게 마칠 수 있었죠. 군대에서도 시간만 나면 운동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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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 부총장이 서울 종로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옆에서 글러브를 끼고 격투기 공격 자세를 취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언젠가는 뉴욕 경찰들과 친구가 됐죠. 미국 경찰들은 다 운동을 잘해요. 주짓수와 복싱은 기본이죠. 그 친구들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제가 뉴욕경찰서(NYPD) 안에 들어가서도 운동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었죠.”
박 부총장은 UFC 관계자들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갔고, 한국에 돌아온 뒤 ‘에이스’ 임현규(40)와 인연을 맺었다. 군대 마치고 28세에 UFC에 ‘지각 데뷔’한 임현규는 키 187cm의 장신에 윙스팬(양팔을 벌렸을 때 길이)이 200cm나 됐던 파이터다. UFC 13승 1무 7패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UFC 임현규의 현역 시절 모습. 수퍼액션 제공
30대 초반 연구에 집중하면서는 달리기를 병행하며 건강을 다졌다. “짧은 시간에 최고의 효과를 내기엔 달리기가 최고”라고 했다. 요즘은 격투기보다 달리기에 더 빠져 있다. 그는 “격투기는 개인 훈련을 할 수도 있지만 파트너가 있어야 더 재밌다. 그런데 지인들과 함께 운동하던 체육관들이 사라져 만날 기회가 줄었다. 그래서 달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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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 부총장이 서울 종로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옆에서 격투기 발차기 자세를 취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전 요즘엔 절대 빨리 달리지는 않아요. 일단 체중이 많이 늘어서 혹 무릎이나 발목 관절에 무리가 가면 다른 운동을 할 수 없으니까요. 또 다음날 다시 달려야 하는데 너무 무리해 달리면 힘들더라고요. 운동의 생활화를 위해 천천히 오래 달리는 게 제 몸에는 딱 맞더라고요. 그리고 황영조 감독님의 주법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만일 그 주법으로 제대로 달리게 되면 속도도 빨라질 겁니다.”
박 부총장은 운동 유전자(DNA)를 타고났다. 외할아버지가 경희대 체육 학장을 지낸 고 김명복 박사로 그의 이름을 딴 ‘김명복배 권투 대회’가 있었다. 외할머니는 체조선수였다. 아버지 박재규 경남대 총장(81)도 검도와 유도를 즐겼다. 그의 형은 러시아 유학할 때 삼보 러시아 챔피언까지 했다. 러시아 출신 유명 격투기 선수였던 표도르 예멜리야넨코(49)와도 친분이 있다. 형 덕분에 표도르가 2000년대 중반 한국에도 방문했었다.
박정진 경남대 서울캠퍼스 부총장이 서울 종로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에서 머리 밴드에 연결된 펀치볼에 주먹을 날리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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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정해놓고 운동합니다. 어려서부터 힘들 때 몸을 쓰면 모든 것을 잊고 집중할 수 있었죠. 제 의지가 꺾일 것 같을 때도 격렬하게 운동합니다. 그럼 투지가 생겨요. 그리고 체력이 강할 때 그 무엇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죠.”
박정진 부총장(오른쪽)이 경남 마산시 ‘짐 에이스’에서 UFC 선수 출신 임현규의 지도를 받으며 격투기 훈련을 하고 있다. 박정진 부총장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