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강남구보건소장 전문가 도움받아 AI진료 SW 개발… 환자정보 입력하면 진단 등 도움 “문진때 놓치는 부분 줄일 수 있어… 진료능력 표준화땐 환자쏠림 줄 것”
17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강남구보건소에서 이종철 보건소장(오른쪽)이 이만경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연구교수와 함께 챗GPT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진료 보조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있다. 이 소장은 “AI에 자신의 자리를 뺏긴다고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내 것’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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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인공지능(AI)에 대해 배우는 게 어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AI가 진료를 돕는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서 공공의료에서 활용하고 싶어요.”
17일 서울 강남구 강남구보건소 3층 소회의실. 최장수 삼성의료원장이자 ‘이건희 주치의’였던 이종철 강남구보건소장(77)이 임상진료지침 최신판을 들고 챗GPT가 띄워진 대형 모니터 화면 앞에 앉았다. 그는 이날 챗GPT를 활용한 AI 진료 보조 프로그램을 최종 점검했다.
‘56세 남성, 최근 어지러움과 이명을 느끼고 혈압이 165/98mmHg로 높아.’ 환자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자 챗GPT가 미리 학습한 임상진료지침 등에 따라 환자에게 질문해야 할 문진(問診) 사항을 제시했다. ‘고혈압 이력 없고 가족력도 없어. 두통 시작된 지 2∼3일 정도.’ 이 소장이 추가 정보를 입력하자 예상 가능한 진단과 필요한 검사 목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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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장은 이만경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연구교수의 도움을 받아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했다. 그는 ‘젊은이가 한 번에 배울 수 있는 거라면, 나는 두 번 배우자’는 생각으로 AI 수업을 들었다. 70대 후반에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 소장은 배우는 일이 즐거웠다. 그는 “AI가 내 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AI를 ‘내 것’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소장의 목표는 AI 진료 보조 프로그램이 널리 활용되는 것이다. 이 소장은 “나이가 들면 자신의 기억력을 의심한다”며 “‘시니어 의사’들이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프로그램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선 기술을 도입하면 의사의 진료 능력이 표준화돼 환자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나는 사회에서 많은 것을 받았다. 사회에서 받은 감사함을 돌려주고 싶다. 이렇게 사는 게 더 없이 좋고 행복하다”며 웃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