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불탈 때’ 펴낸 佛 자스크 교수 “산불 통제할 수 있다는 건 착각 의학처럼 예방 위주 인식 바꿔야”
지난달 경북 지역 등에 발생한 산불은 4만 ha 이상을 태우는 초대형 산불을 일컫는 ‘메가 파이어’가 더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게 했다. 진화 수단을 총동원해도 잡히지 않았던 불. 당연히 장비와 인원 보강 등 더 적극적인 산불 대비가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한 게 아닐까.
‘메가 파이어’를 새로운 생태적 재앙으로 조명한 신간 ‘숲이 불탈 때’(필로소픽)를 쓴 조엘 자스크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 철학과 교수(사진)는 10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때는 2017년 7월이었습니다.” 자스크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프랑스 남부 바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친구의 집을 비롯한 일대가 황폐화됐다.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큰 불길은 잡힌 상태였지만 숨이 막힐 듯한 냄새로 가득했다고 한다. 철학자인 그가 직감한 건 이 화재가 ‘정상적’이 아니란 느낌이었다.
광고 로드중
자스크 교수는 사람들이 산불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홍수나 지진에 비해 산불은 상대적으로 작은 영향을 미치며, 필요한 경우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불에 타지 않는 건축 자재를 사용한다거나, 거주지를 숲에서 멀리 떨어뜨린다거나, 교육을 통해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등의 재정비는 뒷전입니다. 현상 자체를 통제하려는 이상만 고집하고 있죠. 하지만 메가 파이어는 우리의 뒤통수를 가격합니다. 메가 파이어를 제어하려는 시도는 마치 폭발하는 화산 위에 뚜껑을 덮으려는 것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게다가 다른 재난과 달리 메가 파이어는 주로 인간에 의해 발생한다. 그는 “어떤 재난도 인간이 직접 일으킬 수 없지만, 산에 불을 내는 건 가능하다”며 “지중해 지역에서 번개 등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산불은 전체의 2%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스크 교수는 심지어 메가 파이어가 새로운 유형의 전쟁과 테러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2018년 이스라엘에선 방화용 풍선과 연을 사용한 테러로 약 2000ha의 숲이 불에 휩싸였다. 그는 “숲에 불을 지르는 건 인류가 존재한 시간만큼 오래된 전술”이라며 “이상 기후를 테러리스트들이 악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광고 로드중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