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실패, 무엇을 남겼나] 〈중〉 檢출신 요직 배치 尹의 인사 난맥 한동훈 법무 등 임기초부터 편중 檢업무와 먼 방통위-권익위 등에도… ‘尹사단’ 검찰 출신 대거 배치 논란 검찰식 상명하복 문화 尹독단 강화… “좁은 인재풀, 문제의식 없어 패착”
“과거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습니까?”
2022년 6월 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회견) 중 ‘검찰 편중 인사’에 관한 질문을 받자 이같이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변 출신 인사들이 요직에 임명됐는데 검찰을 중용하는 게 그리 대수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검사 출신 대통령이었던 윤 전 대통령은 2년 11개월간 권력의 핵심 곳곳에 자신과 인연이 있던 검찰 출신 인사들을 전면 배치했다. 검찰총장을 제외하더라도 검찰 업무와는 거리가 먼 방송통신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에 검찰 선후배들을 임명했다. 정권 내내 ‘검찰 공화국’이란 비판이 쏟아졌지만 “적재적소에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한 것”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했다. 특정 직역에 국한된 ‘인의 장막’을 스스로 치면서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실과 내각에도 상명하복의 문화를 이식하려 했고, 그 영향으로 비상계엄 파국에 이르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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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단의 막내 격인 이복현 전 부장검사의 금감원장 발탁도 파격이었다. 이 원장 인사를 두고 윤석열 행정부는 굵직한 경제범죄 수사를 다뤄 본 ‘특수통’이자 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등 전문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임기 내내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시장 금리 등 정책 현안에서 월권 논란을 빚었다.
과거 검찰 출신이 맡지 않았던 행정부 요직에도 과감히 검찰 측근 인사를 단행했다. 윤 전 대통령이 평소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라고 칭했던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을 국민권익위원장에 이어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실은 김 전 위원장을 당시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소년 가장으로 세 동생의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는 등 늦깎이로 대학에 진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방송 통신 분야와는 동떨어진 설명을 내놨다.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검찰 출신으론 이례적으로 총리 비서실장을 맡아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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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명하복 문화로 尹 독단 강화
핵심 요직을 직연, 학맥 등으로 연결된 인물들로 채우면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이들은 설자리를 잃었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조차 윤 전 대통령의 격노에 직언을 못 하고 입을 닫는 상황에서 정권의 취약점을 찾아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는 ‘레드팀’은 존재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초기 장관을 지낸 고위 관계자는 “내 목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깊은 연결고리가 없으면 대통령에게 무슨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은 사적 관계와 공적 관계가 뒤섞여 자신이 대하기 편한 사람, 검찰 순혈주의를 고수했다”며 “검찰 출신 인사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인재를 폭넓게 쓰지 못하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게 큰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윤 전 대통령이 척결하겠다고 즐겨 썼던 게 ‘카르텔’인데 역설적으로 ‘윤석열 패거리 검찰 카르텔’이 모든 것을 장악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의료계 카르텔, 노동 카르텔, 사교육 카르텔 등을 개혁하겠다고 했지만 검찰 내 ‘윤석열 카르텔’이 정부 발전을 막았음을 꼬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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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