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2025.4.4 사진공동취재단
● 3834자 결론에 드러난 만장일치 노력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 재판관들은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탄핵소추부터 4일 선고까지 111일 동안 만장일치 결론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8명의 재판관들이 수십 차례 머리를 맞대 ‘고통스러운 합의’를 거듭하고 극적으로 지혜를 모아온 끝에 전원일치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역대 최장 심리 기록을 남긴 배경에는 만장일치 결정을 통해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사회통합의 단초를 마련하려는 재판관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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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헌재 탄핵심판 결정문의 결론은 3, 4줄 정도다.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도 결론은 96자, 952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결정문은 3834자(5쪽)에 달한다. 재판관들이 1일 평결에서 ‘파면’으로 합의한 뒤 당초 결론에 더해 추가로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결론에서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원수로서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되어 가고 있다고 인식하여 이를 어떻게든 타개하여야만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계엄 선포 및 그에 수반한 조치들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피청구인이 가지게 된 이러한 인식과 책임감에 바탕을 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라며 “이에 관한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 의사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느꼈을 정치적 책임감은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를 담으면서도, 계엄과 같은 비민주적 방식이 아닌 ‘민주주의 정치’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동시에 담은 것이다.
법조계에선 비상계엄 이후 ‘심리적 내전’까지 치닫는 상황에서 국민적 통합과 화해를 견지할 메시지를 담을 필요가 있다는 재판관들의 뜻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헌재 내부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직면한 상황을 일부 인정하는 메시지를 담는 것을 통해 의견이 다른 재판관들까지 파면에 뜻을 모았고, 만장일치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헌법제정자의 규범적 의지를 준수하는 범위에서 헌법재판소에 정당의 해산을 제소할 것인지를 검토할 수 있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재판관들은 이 같은 결론을 작성하기 위해 1일 평결 후에도 매일 두 차례 이상 평의를 열었고, 4일 아침에도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재판관 서명도 선고 직후 이뤄졌다. 파면 결론이 유출되지 않도록 종이 출력 대신 이메일로 선고 요약본을 공유했고, 참여 연구관도 최종적으론 3, 4명 만 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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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들은 숙의를 거듭한 끝에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면서도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은 앞으로 더 엄격히 하자는 보충 의견을, 김형두 이미선 재판관은 기존처럼 완화해서 적용할 수 있다는 보충의견을 내는 선에서 논의를 마무리지었다. 증인신문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재차 불러 신문하는 방식 등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심판 심리가 장기화되면서 내부 불화설, ‘5 대 3 교착설’ 등이 난무했지만 대부분 근거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관들은 헌재 구내식당에 별도로 마련된 재판관 식당에서 함께 식사했다고 한다. 식사 후 함께 산책하며 의견을 나누거나 서로를 설득하는 시간도 있었다. 일부 재판관은 압박감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피부 발진 등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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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