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 오전 11시, 서울 한복판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하자, 안국역 인근에서 탄핵을 촉구하던 시민들이 서로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이겼다, 이겼다!”는 외침이 거리 전체를 메웠다.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비롯해 장대에 매단 대형 깃발이 하늘 위로 흔들렸다.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반경 150m 이내는 철저히 통제돼 사실상 ‘진공지대’가 됐다. 안국역은 폐쇄됐고, 인근 골목마다 경찰 병력이 촘촘히 배치됐다.
광고 로드중
집회는 전날부터 철야로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55분경 선고 초읽기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대형 스크린 앞에서 숨을 죽인 채 선고 생중계를 지켜봤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선고 요지를 발표하는 동안, 현장은 숨 막히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발언이 진행될수록 간간이 박수와 환호가 터졌고, 누군가는 두 손을 모은 채 기도했으며, 또 다른 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오전 11시 22분경 문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윤 대통령을 파면한다”고 선언하는 순간, 중계 화면을 응시하던 군중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긴장과 침묵은 눈물과 박수, 그리고 환호로 바뀌었다.
곧이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등의 노래가 울려 퍼지며 현장의 감정은 절정에 달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부둥켜안았고, 어떤 이들은 노래에 맞춰 몸을 들썩이며 기쁨을 표현했다.
광고 로드중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당연한 결과다. 이 한마디가 이렇게 오래 걸릴 수가 있나”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