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 중고교 못 다닌 전경자씨 “보육교사 돼 재능기부” 전문대 택해
지난달 71세의 나이로 신안산대 아동보육과 늦깎이 신입생이 된 전경자 씨. 전 씨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을 하고 싶어 뒤늦게 전문대에 입학했다. 신안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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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입학식 날 보호자가 된 딸내미가 프리지어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축하하러 왔다. 참, 세상을 바꾸어 살아도 살 만하다.” 지난달 신안산대 아동보육과 25학번으로 입학한 전경자 씨(71)가 쓴 글 일부다.
전 씨는 어린 시절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자녀들을 다 키우고 퇴직을 한 뒤에야 초등학생 때 한 선생님 말씀이 떠올랐다. “너는 글을 참 잘 쓰는구나.”
그때부터 전 씨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집도 두 권 냈다. 2021년 한국문학 올해의 작품상, 2023년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향토문학상 동상 등을 받았다. 학업도 이어갔다.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본 뒤 수원 계명고가 운영하는 2년제 교육과정을 통해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전 씨는 “(스스로)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공부를 해본 적 없어 살면서 서러운 눈물을 많이 흘려봤다”며 “후회하지 않고자 늦었지만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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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씨는 경기 화성시 동탄에 거주한다. 수업이 있는 날에는 안산시 학교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오간다. 지난달에는 2주간 심한 몸살감기를 앓았지만 수업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전 씨는 “열심히 배워서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남은 인생이 더 행복할 것 같다”며 “아이들이 곧 국가의 미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씨는 “MT 등 캠퍼스 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낭만도 잔뜩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문대에는 전 씨처럼 늦은 나이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입학하는 학생이 많다.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은 “나이와 상관없이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학생을 위해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 기관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