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 지원법 폐지 의사에 ‘칼바람’
사진 출처 미국반도체산업협회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폐지 의사를 밝혀온 가운데, 보조금 지급을 위해 3년 전 설립된 미 상무부의 ‘칩 프로그램 사무국(CPO)’ 직원 약 150명 중 22명을 제외한 80%가 해고 또는 권고사직을 당했다. 대규모 해고 물결에 SK하이닉스 워싱턴DC 사무소 부사장 출신인 한국계 댄 김 씨도 지난주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출신인 한국계 고위급 인사까지 사무국을 나오면서 국내 기업이 반도체 보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에 관한 우려가 더 커졌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에서 통과된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와 연구 강화를 위해 특히 미국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두는 기업에는 총 520여억 달러(약 75조700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규정했다. CPO는 이 보조금 지급·감독 업무를 주도하기 위해 상무부에 특별 설치된 부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수조 원의 보조금을 약속받았다.
2021년 3월~2022년 12월 SK하이닉스 미주 부사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김 씨는 CPO에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전략기획·산업분석 책임자로 합류해 화제가 됐다. 이민 1세대인 김 씨는 브리검영대에서 학사,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3~2015년 한국무역협회(KITA)에서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일했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퀄컴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미 상무부는 김 씨의 합류 소식을 알리며 “미국 정부 고위직과 업계 임원직을 지내며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경제 경쟁력·국가 안보 문제에 대한 독보적인 전문성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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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약 1주 전 CPO에서 마지막 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8일 자신의 링크드인에 “지난주는 제가 CHIPS 프로그램 사무국에서 보낸 마지막 주였다”며 상무부에서 함께 근무한 직원들과 갑작스러운 이직 결정을 지원한 SK하이닉스 측에 감사를 전했다. 이어 “우리가 심은 씨앗이 잘 자라도록 충분히 보살펴진다면, 그 혜택은 여러 행정부를 거쳐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아이들과 함께 잠시 휴식을 가진 뒤 다음 여정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올렸다. 김 씨의 이번 사직이 타의에 의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