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남긴 최악 산불] 강풍-1m 낙엽층에 재발화 반복… 헬기 55대-인력 1000명 집중 투입 축구장 2602개 면적 잿더미로 안동-의성-청송 일부 다시 발화
“방화선 뚫렸으면 천왕봉까지 3시간이면 불길이 도착해요. 그랬다면 손도 못 쓸 뻔했어요. 다행히 지리산이 무사해요. 눈물이 납니다.”
경남 산청 산불의 큰 불길이 잡힌 30일 남송희 산림청 국제산림협력관은 떨리는 목소리로 지리산이 무사하다고 밝혔다. 지리산국립공원과 맞닿은 구곡산에서 21일 시작된 산청 산불은 닷새 만에 지리산 경계를 넘었다. 육지 최고봉 천왕봉(해발 1915m)까지는 단 4.5km. 진화대원들은 험준한 산세를 뚫고 사력을 다해 산불 확산을 막아냈다.
● 천왕봉 4.5km까지 접근한 불길에 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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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과 건조한 날씨, 해발 900m의 험준한 산세 등 3가지 악재 속에 산림당국은 배수진을 치고 사투를 벌였다. 천왕봉 앞 4.5km 지점에 헬기·특수진화대원·산불지연제 등으로 ‘3중 방화선’을 구축했다. 낮엔 헬기 55대, 야간엔 산림청 공중진화대 및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등 인력 1000여 명과 장비 240여 대를 한꺼번에 투입해 공중과 지상에서 동시 진화 작전을 펼쳤다. 계곡과 절벽이 얽혀 있어 인력 투입이 어려운 곳엔 헬기를 이용해 10t 이상의 산불지연제(리타던트)를 뿌렸다. 28일부터는 일반 헬기 대비 담수량이 최대 5배 큰 주한미군 CH-47(치누크) 헬기 1대와 블랙호크 3대도 지리산권역에 투입돼 진화를 도왔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고지대에다 최대 1m에 이르는 낙엽층으로 인해 헬기에서 뿌린 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않았다”며 “아래 숨어 있던 불이 바람과 함께 되살아나기를 반복해 진화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불이 민가로도 접근해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대원들이 3일 동안 밤새 3km 길이 방화선을 구축하고 사투를 벌였다”고 전했다. 총력전 끝에 29일 지리산 내 화재를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리산국립공원구역 내 132ha가 불에 탔지만 천왕봉 등 중요 지점으로의 확산은 막았다.
잿더미로 변한 ‘한국의 산토리니’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며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했던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따개비마을’이 22일부터 이어진 경북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다. 8일이 지난 30일 마을 전체가 검게 탔고 집들도 여기저기 피해를 입었다. 영덕=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산청 주불 진화했지만 경북선 ‘재발화’
산림당국은 30일 산청 산불의 주불을 잡는 데도 성공했다. 전날 55대, 이날 50대의 헬기를 집중 투입한 덕이었다. 주불 진화까지 8일 21시간이 걸렸다. 축구장 2602개 면적에 달하는 1858ha(산불영향구역)가 불에 탔다. 잔불까지 진화하려면 짧게는 2, 3일, 길게는 5, 6일이 걸린다. 산림당국은 산림청 13대, 지방자치단체 5대, 국방부 21대, 국립공원 1대 등 40대의 헬기를 계속 투입해 잔불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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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청송=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