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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에서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내는 법인은 대표 수출기업들이 아니라 한국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연차보고서를 보면 한은은 지난해 해외 주식과 채권 매매로 수익을 많이 내면서 올해 낼 법인세가 2조5782억 원에 이른다.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은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법인세 납부 1위라는 건 정상이 아니다. 한은은 물가와 환율 등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지 영리기업이 아니다. 본연의 기능을 하는 과정에서 운용수익을 낼 수는 있지만, 해외 금융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고 지속가능성도 떨어진다. 한은이 낸 법인세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한국 대표기업들의 법인세를 추월했다는 것은 민간 부문의 경제 활동이 얼마나 위축돼 있고 수출과 내수 등 경기가 얼마나 나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현상 중의 하나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 11조53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지난해 법인세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적자가 났을 때 차후에 이를 반영해 세금을 깎아주는 이월결손금 등을 고려하면 올해 낼 세금은 수천억 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많게는 한 해에 6조 원가량을 법인세로 내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SK하이닉스와 현대차도 각종 공제항목을 반영하면 올해 법인세가 각각 2조 원대로, 한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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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살아나야 세수가 늘어나고 경제도 회복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최근 여야 합의로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인공지능 등 미래산업에 50조 원을 투자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에 시동을 걸었는데, 기업 활력을 높이기 위한 이런 노력이 더 이어져야 한다. 미국발 관세 폭격에 기업들이 피격되지 않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한은이 수출 기업들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세금을 더 내는 기현상이 반복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