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갈등속 삼성역 개통 못해 이용객 예상 이하… 정부가 물어줘 민간업체에 年 700억씩 보전 예상… 첫 삽도 못뜬 B-C노선은 더 심각 “수요분석때 지연 변수 따졌어야”
정부가 지난해 3월 개통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 노선의 민간 사업자에게 손실 보전금 164억 원을 처음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 사업자와의 협약에 따라 GTX A 노선의 이용객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로 인한 손실을 정부가 물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용객이 적은 것은 핵심 정차역인 삼성역 개통이 미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GTX B, C 노선은 지난해 착공식을 열고도 1년 넘게 첫 삽도 뜨지 못했다. 공사비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 잇따른 악재에 발목을 잡힌 탓이다. GTX가 수도권 전역에 ‘30분대 출퇴근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
● 매년 수백억 원 물어줘야 하는 GTX A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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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 운정중앙역과 경기 화성 동탄역을 연결하는 GTX A 노선은 지난해 3월 30일 수서역∼동탄역 구간을 개통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을 2차 개통했다. 삼성역은 2028년 개통 예정이다. 삼성역 인근 ‘영동대로 복합개발 사업’ 공사비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정부가 갈등을 빚다가 사업 추진이 늦어졌고 이로 인해 삼성역 공사까지 미뤄졌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2028년까지 매년 연간 600억∼700억 원 수준을 손실보전금으로 물어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역 개통 지연으로 GTX A 노선이 ‘반쪽 개통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중순 국토부가 집계한 A 노선 수서역∼동탄역 구간 이용객은 예측치의 74.6% 수준이다. 예측치는 삼성역 미개통 상황을 반영해 추산한 수치다. 서울 강남권으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은 경기 남부권에선 삼성역 개통 지연으로 인한 이용 유인 반감 효과가 예상보다 더 컸다는 뜻이다. 다만 내년 서울역∼수서역 구간이 개통되면 이용객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착공식 1년 넘게 삽도 못 뜬 B, C 노선
민자 노선인 GTX B, C 노선 사정은 더 심각하다. 국토부는 지난해 1월 C 노선, 같은 해 3월 B 노선 착공식을 잇달아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30분 출퇴근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지만 아직 두 노선 모두 삽도 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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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 C 노선은 연내 착공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구간은 정부 재정으로 짓는 B 노선과 달리 C 노선은 모든 구간을 민자로 짓는다. 애초부터 다른 노선보다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공사비 인상 여파로 사업성이 더 악화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은 발주처인 정부에 공사비 규모를 늘려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사비 규모를 늘려 증액분을 투자자에게 추가 모집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인근 주민 반발도 사업 지연 변수로 꼽힌다. 국토부는 B, C 노선 환승역인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에 지하 변전소를 설치하려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힌 상황이다. B 노선의 변전소와 환기구 예정지 주민 간 갈등도 현재 진행 중이다.
정부가 잡은 B 노선 개통 목표는 2030년, C 노선은 2028년이다. B 노선의 공사 기간은 72개월이라 연내 착공해도 완전 개통은 2031년에나 가능하다. C 노선 개통은 더욱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도 예산안 분석’을 통해 “C 노선은 올해 실착공에 돌입해도 준공 시기는 2030년 이후”라며 “C 노선 사업은 토지보상 절차 지연과 자금 조달 문제 등으로 인해 실제 착공 시기조차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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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