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생일 초대로 배우는 인간관계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그런데 생일인 아이들도 고민이 많긴 하다. 반 아이들을 다 초대하기는 부담스러운데, 그중 몇 명을 어떻게 추리냐는 것이다. 나는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그냥 너희 반 아이들을 다 초대해”라고 조언한다. 모두를 초대한다고 해도 사정들이 있기 때문에 절대 다 오지는 못한다. 어떨 때는 반 이상도 못 온다. 초대했는데 못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몇 명만 추려서 초대하면, 그 안에 못 든 아이들이 서운할 수 있다. 생일인 친구와 친하다고 생각한 아이는 굉장히 속상할 수 있다. 이후로는 그 친구를 대하는 것이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
아이의 생일 파티를 해줄 거라면 그 반 친구들 모두를 초대하는 것이 낫다. 그러지 않을 거라면 가족끼리 하거나 누가 봐도 동의가 되는 ‘절친’ 서너 명 안쪽으로 초대해야 한다. 그 외에는 내 아이를 자기 생일 파티에 초대했던 친구는 꼭 부르는 정도로 한다.
광고 로드중
내 아이가 반 친구 생일에 초대받지 못해서 섭섭해하면 부모들도 덩달아 속상해진다. 그래서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안 좋은 아이에게 “네가 좀 잘하지 그랬어?”라고 말해 버린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내가 잘못해서 초대를 못 받은 건가?’ 하는 불필요한 죄책감이 생긴다. 또는 아이에게 “거 봐, 걔는 너 안 좋아하잖아. 너도 다음에 걔 초대하지 마”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인간관계에서 대갚음을 가르치는 것은 정말 좋지 않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에서 다른 사람과 내 마음이 같지 않을 수 있고,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가르쳐야 한다.
아이가 생일 초대를 받지 못해서 속상해한다면 “사정이 있었겠지. 너는 초대받을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속상하긴 했겠다. 그런데 그냥 ‘난 초대 안 해? 나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라고 한번 물어보지 그랬어?”라고 말해 주는 것도 좋다. 그리고 “초대한 다섯 명에 들지 못했다고 네가 못났다고 생각하지는 마. 그냥 친한 정도가 아직 그 상태인 거야. 그 친구가 너를 나쁘게 대하지 않으면 된 거야. 네 마음이 속상했다고 그 친구를 미워하진 마”라고도 말해 준다.
원래 사람의 마음은 같지 않다. 아이가 그 친구를 좋아하는데 그 친구가 내 아이를 싫어한다면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그 친구가 내 아이를, 내 아이가 그 친구를 좋아하는 만큼 좋아하지 않는다고 관계를 정리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럴 수도 있다고 얘기해 줘야 한다. 너를 좋아하더라도 너를 반드시 초대하라는 법은 없다고 말해 줘야 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나 친밀도는 과일처럼 무르익어 가는 것이다.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 그 친구가 내 아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면 된 거다.
아이들은 “나도 다음에 걔 초대 안 할 거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그건 속이 좁은 거야. 네 생일 때까지 네가 그 친구를 계속 좋아하면 초대하는 거야. 그 친구가 너를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네가 초대하고 싶으면 하는 거야. 그러면 상대방이 너를 좋아하는 마음이 좀 더 깊어지겠지? 그런 기회도 되는 거야. 친구 관계는 너무 대갚음해 주려고만 하면 안 돼”라고 일러준다.
광고 로드중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