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에 ‘한국 전통 문양 연꽃무늬 쿠션’을 입력하자 빨강, 초록 등 색색깔 이파리가 수놓인 둥근 쿠션이 순식간에 떠올랐다. 여러 겹으로 표현된 꽃잎 둘레로 알알이 구슬을 꿴 듯한 장식은 마치 통일신라 시대의 연화문(蓮花紋) 수막새를 연상케 했다. 입력 내용을 바꿔 ‘한국 전통 문양 매화무늬 병풍’을 써넣으니 조선시대 화가 조희룡의 ‘홍백매화도’와 닮은 매화가 금세 병풍에 그려졌다.
국가유산진흥원 등 4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근 시범 개발한 전통 문양 생성형 AI 모델을 활용하자 이렇게 손쉽게 한국 전통 문양을 다양하게 얻을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 한국문화정보원 등에서 제공받은 방대한 전통 문양을 학습한 결과다. AI가 문양의 크기, 개수, 디테일을 달리해 생성할 수 있는 가짓수는 무한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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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된 전통 문양 데이터는 콘텐츠 개발, 제품 디자인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 상반기 중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다. 이번 연구개발 과정에 자문한 양정석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전통 문양을 공식적으로 데이터화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AI를 끊임없이 학습시킴으로써 오류를 최소화하고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