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과학기술이 수십 년 걸쳐 바꾼 직업 AI는 한두 해 만에 대체해 사회적 충격 클 것 실업률 치솟으면 민주주의 위협 받을 수 있어
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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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활동이다. 즉, 돈을 버는 일이다. ‘생업(生業)’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일정한 직업이 없으면 우리 삶은 여러 측면에서 고달프다. 직업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정신적 혹은 육체적 노동을 넘어, 특히 현대인에게는 개인의 정체성, 성취감, 그리고 사회적 기여 등 다양한 가치와도 연결돼 있다.
18세기 후반까지의 농경사회에서는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농업에 종사했다. 삽과 호미 그리고 쟁기 같은 단순한 농기구만으로 농부 한 명이 생산할 수 있는 식량은 겨우 두세 사람 정도에게 충분한 양이다. 가족 열 명이 살기 위해서는 네 명이 땀 흘려 일해야 했는데 그나마 땅이 충분히 마련된 경우의 이야기다. 먹고사는 일은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으로 공산품이 대량 생산되면서 농민들은 도시로 이주해 공장 노동자로 직업을 바꾸었다. 노동에 나선 어린이들에 대한 착취와 학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당시의 국제연맹이 아동의 권리를 천명한 것은 1924년이었다. 그러나 구미(歐美)에서도 아동 보호가 실제로 이뤄진 것은 1940년대 이후다. 오늘도 저개발 국가의 수많은 어린이들은 열악한 환경의 노동 현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에 비하면 대한민국 사회는 이미 유토피아에 이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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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인공지능(AI)의 발전과 이에 연계된 기계 지능화 및 자동화는 일과 일자리의 모습을 더욱 크게 바꿀 것이다. 농부라는 직업이 산업혁명과 더불어 대부분 사라진 것같이 이제 디지털 문명시대가 본격화되면 산업시대의 많은 직업은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매우 짧은 시간에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사회가 받을 충격은 상당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타이피스트라는 직업은 30여 년에 걸쳐 사라졌지만, 만약 이런 일이 한두 해 동안에 일어난다면 사회적 어려움은 당연히 지대할 것이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작업은 AI와 자동화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 판매 등의 서비스 업무도 AI 챗봇이 맡고 있다. 이미 많이 사라진 은행 창구 직원이나 단순 회계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들은 아예 자취를 감출 것이다. 아울러 자동차나 전자기기 등 제조업의 생산라인에서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직종은 로봇이 맡게 될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으로 택시와 트럭 기사 그리고 배달원 등의 직업은 대폭 감소할 것이며, 물류 산업의 상당 부분은 결국 무인화(無人化)될 것으로 믿어진다.
최근의 한 연구는 우리 사회 대졸자들이 갖고 있는 직업 중 약 75%는 AI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심지어는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고졸 이하의 학력으로 가능한 직업에는 AI가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수많은 직업 중에서 고도의 전문직이나 단순한 노동직을 제외한 중간층 직업은 빠르게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어느 특정 직군에 한정해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법률 업무에도 AI가 적극 도입되면 변호사는 지금보다 훨씬 적은 숫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결국 이제는 누구라도 AI를 이용해 업무 능력을 키우는 것이 절대적이다. 물론 AI는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지만, 이를 위해서도 우리 사회에는 적절한 AI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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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