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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도 너무 변했어. 출세가 뭔지….”
―박종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중에서
“너희들은 당연한 너희 몫을 뺏기고도 분한 줄 몰랐고 또 불의 앞에 굴복하고도 부끄러운 줄을 몰랐어. 그런 너희들이 앞으로 어른이 돼서 만들 세상은 상상만 해도 끔찍해!”
새로 부임한 김 선생(최민식)은 시험 부정을 적발해내며 그간 자기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아이들 위에 군림해 온 엄석대(홍경인)의 독재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후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아이들로 하여금 엄석대가 한 잘못들을 낱낱이 고발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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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중년이 돼 상갓집에 모인 당시의 아이들은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 엄석대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동규는 택시기사를 하며 여전히 허세를 부리고, 똘마니였지만 상황이 바뀌자 엄석대의 부정을 앞장서 털어놓던 만순은 기회주의자 졸부가 됐다. 당시 생활부장을 했던 아이는 형사가 되어 심지어 이렇게 투덜댄다. “요즘 같은 때 엄석대 같은 놈이 확 휘어잡고 정치를 해야 되는 건데….”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상갓집에 등장해 아부가 몸에 밴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김 선생이다. “변해도 너무 변했어. 출세가 뭔지….” 김 선생에 대한 만순의 혼잣말은 작금의 탄핵 정국을 떠올리게 한다. 젊어서 법 정의를 외치던 이들이 헌법을 부정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급급한 현실이 아닌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정치 현실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