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넘 숲/엘리너 캐턴 지음·권진아 옮김/592쪽·1만9800원·열린책들
소설은 가상의 게릴라 가드닝 단체 ‘버넘 숲’의 조직원들이 산사태로 버려진 마을 부지의 활용 방안을 놓고 벌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버넘 숲’의 명칭은 셰익스피어의 고전 ‘맥베스’ 중 “버넘 숲이 무너지지 않고서야 맥베스는 안전하다”는 마녀의 신탁 내용에서 따왔다.
버넘 숲의 리더는 우연히 마주한 미국 드론업체 최고경영자(CEO)이자 억만장자와 타협해 손을 맞잡기로 한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서로를 이용한 뒤 각자 뜻하던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다른 속셈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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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초반 버넘 숲의 일원들이 품었던 이상과 달리 이들은 2, 3부로 갈수록 현실의 벽 앞에서 점차 좌절한다. 선악 구도도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점차 희미해진다. 단순히 환경 재난을 넘어 현대사회 속 다양한 계층, 세대, 신념으로 인한 갈등을 종합적으로 담았다. 독자들에게 진정 중요한 신념은 무엇인지 되묻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