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대 정치행사 양회 현장 中 전역서 엘리트 5000명 운집 공산당 1당 체제 정당성 과시… 외신 기자도 1000명 이상 참여 도어스테핑 질의자 위치까지 지정… 총리 기자회견 폐지로 관심은 줄어 中 외교-상무부장 ‘딥시크’ 자신감… 美 패권 경쟁 속 기술 자립 강조
대회의장으로 들어가는 문에 출입자 통제를 위해 배치된 안내 요원들 모습.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 中 엘리트 5000명 운집
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1층 홀에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들이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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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인대에 따르면 올해 양회 취재를 위해 등록한 취재진은 총 3000명. 이 가운데 해외 언론인(홍콩·마카오·대만 포함)이 1000명이 넘는다. 중국의 주요 관영 매체 소속 기자를 제외한 내외신 기자들에게 양회는 중국 엘리트 집단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기자들이 인민대회당을 빠져나오는 정협 위원들에게 달려가 질문 세례를 퍼붓는 이유다.
17일 중국 액션 배우이자 정협 위원인 전쯔단이 인민대회당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 기자회견 질의 순서도 관리 대상
인민대회당 1층 홀에서 열린 약식 기자회견, 즉 도어스테핑은 중국 당국이 해외 언론과 접하는 대표적인 소통 창구다. 양회 기간에 세 번째로 치러진 이날 도어스테핑에는 약 50분 동안 총 9명의 정협 위원이 등장해 질문에 답했다. 고고학자, 의사, 홍콩·마카오·대만 지역 담당 위원, 시짱(티베트)과 네이멍구 등 자치구 출신 위원 등이 중국의 발전상과 사회 통합을 자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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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주요 기자회견은 대체로 당국과 사전에 협의한 기자들이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는 게 정설이다.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를 주창했던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은 2년 전 양회 당시 기자회견에서 대만 관련 질문을 받자 미리 준비해 둔 빨간색 헌법 책자를 꺼내며 “하나의 중국”을 외쳤다.
7일 열린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기자회견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시 회견이 열린 베이징 미디어센터에는 2시간 전부터 400석이 넘는 좌석이 모두 찼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당시 2시간 넘게 이어진 회견에서 총 20명의 내외신 기자가 질문했고 왕 부장은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답했다.
당국의 중요 기자회견 때 기자들의 질문 순서도 그냥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왕 부장의 회견 당시 첫 번째 질문자는 관영 중국중앙(CC)TV 기자, 두 번째 질문자는 현재 중국의 최대 우방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관영 타스통신 기자였다. 이후 미국,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일본 기자 등이 차례로 질문했다.
기자를 포함한 한국 취재진은 질문 기회를 얻지 못했다. 왕 부장의 답변 때도 한국, 한반도 문제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한국 내에서 커지는 반(反)중국 감정에 대한 중국 당국의 불쾌한 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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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보기술(IT)의 메카인 광둥성 광저우에서 왔다는 한 지역 매체 기자는 한국 기자들에게 양회에 대한 인상을 거듭 물었다. 그는 “외국 기자의 발언을 취재해 오라는 회사의 압박이 적지 않다”며 “중국의 실제 모습을 경험한 외국인들의 (우호적인) 발언은 독자들에게 잘 읽힌다”고 설명했다.
● 美 패권 경쟁 속 ‘딥시크’ 자신감
올해 초부터 세계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이번 양회 기간에도 단연 화제였다.
왕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딥시크의 성공이 미국의 거듭된 대(對)중국 기술 규제 와중에 이뤄졌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 또한 6일 기자회견에서 “저비용·고성능 오픈소스 모델을 통해 탄생한 딥시크가 전 세계의 기술 사용 문턱을 낮췄다”며 중국의 토종 기술을 자랑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온 기자는 왕 외교부장의 기자회견 때 “딥시크는 내가 사용해 본 AI 모델 중 가장 뛰어나다. 중국의 기술력에 놀랐다”고 했다.
다만 올해 양회에 대한 해외 언론의 관심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2012년 말 집권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고 부동산 가격 하락, 소비 침체 등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서 주요 현안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는 평가도 많다. 특히 지난해부터 양회의 하이라이트이자 중국 최고 지도부의 생각을 직접 엿볼 수 있는 총리 기자회견이 사라진 것 또한 양회에 대한 외신의 기대감을 낮추는 요소다.
중국 젊은층 역시 양회 때 이뤄진 당 지도부의 연설이나 기자회견보다 정협 위원 자격으로 도어스테핑을 한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에게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레이 회장이 인민대회장 앞 광장에서 최근 샤오미가 출시한 휴대전화를 꺼내 조작하는 모습은 현지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됐다. 국민의 목소리를 담는 게 핵심 목표 중 하나라는 양회 기간 동안 정작 톈안먼 광장은 일반인에게 철저히 통제되는 것도 모순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